서울시교육청, ‘영어 선행교육’ 편법 실시 사립초 15곳 적발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16일 17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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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교육청이 초등학생들에게 편법으로 영어 선행교육을 시킨 사립 초등학교 15곳을 적발해 행정처분 등을 하기로 했다. 그런데 일부에서는 교문만 벗어나면 얼마든지 사교육으로 영어를 배우는 현실 속에서 공교육에서만 이를 막는 것은 정부가 사교육을 조장하는 것이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이 사립초 39개교를 대상으로 영어교육 특별장학을 실시한 결과 △방과후학교 영어 수업을 정규 수업시간에 운영한 학교 7곳 △1, 2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영어 말하기 대회·인증제 등을 실시한 학교 10곳 △3~6학년에서 교육과정 편성 기준시수를 초과해 영어 수업을 실시한 학교 4곳 등을 적발했다고 16일 밝혔다. 중복 적발된 학교가 6곳이어서 위반사항이 드러난 사립초는 모두 15개교다.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은 학교에서 정부·시도교육청이 정한 교육과정의 범위와 수준을 벗어난 교육과정 운영을 금지하고 있다. 영어는 초등학교 3학년부터 배우게 돼 있기 때문에 초등학교 1, 2학년의 정규 교육과정에 영어를 편성하거나 영어와 관련된 교내 대회를 개최하는 것은 불법이다. 다만 초등학교 1, 2학년 대상 방과후학교 영어 수업은 2018년 2월까지 한시적으로 허용되고 있다. 영어가 정규 교육과정으로 편성된 3~6학년 대상 영어수업도 정해진 수업시수를 넘어서면 안 된다. 3, 4학년의 2년간은 163시간을 넘겨 영어 수업을 해서는 안 되고 5, 6학년 2년간 최대 244시간이 허용돼 있다.

시교육청은 이번에 적발된 학교 중 1, 2학년 영어 방과후학교 수업을 정규수업 시간 내에 운영한 학교 7곳에 대해서는 학교 법인에 기관경고 등 행정처분을 하고 시정을 요구하기로 했다. 2학기에도 다시 점검해 시정되지 않으면 감사를 벌인다는 계획이다. 나머지 학교에 대해서는 이달까지 시정계획서를 제출받은 뒤 2학기에 다시 확인하기로 했다.

법적으로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에게 정규 교과로 영어를 가르치는 것은 금지됐지만 반발은 끊이지 않고 있다. 한 사립초 관계자는 “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지 않는다고 해서 사립초에서 자녀에게 영어 사교육을 시키지 않을 학부모는 아무도 없을 것”이라며 “학원이 끝나는 오후 10시만 되면 학원 차량 때문에 길이 꽉 막힐 정도로 사교육을 많이 받는 현실을 고려하면 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게 사회 전체적으로 볼 때 나은 것 아니냐”고 말했다.

2013년에는 사립인 영훈초 학부모 등이 “초교 저학년 영어교육이 한국어 학습에 방해가 된다는 것은 객관적으로 증명되지 않았다”며 초등학교 저학년 영어 과목 개설을 금지한 교육부 고시가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내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 초 이 청구는 기각됐다.

사립초들이 영어 교육을 강화하는 것은 이를 원하는 학부모들이 많기 때문이다. 어떤 사립초가 영어몰입교육(영어 이외의 교과목을 영어로 가르치는 것)을 하는지는 학부모들의 큰 관심사다. 이 때문에 대부분 사립초들은 홍보물에 ‘전교생 대상 수준별 영어 교육’ ‘국제이해교육’ 등을 강조하고 각종 영어 관련 교내 경시대회 등을 운영하고 있다. 자녀가 사립초에 다니는 한 학부모는 “사립초 등록금이 비싼 것 같지만 공립초를 다니면서 영어 학원에 보내는 비용을 따져보면 사립초가 비싼 게 절대 아니다”라고 말했다.

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
인천=최예나기자 ye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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