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작’ 의혹 조영남 “미술 전공자 따라가려 몇 배 더 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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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년 5월 17일 11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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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동아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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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대작’ 의혹에 휩싸인 가수 조영남(71)이 화가가 된 배경이 흥미롭다. 조영남은 정식으로 미술교육을 받은 적 없이 독학으로 공부를 한 화가지만 전시회가 열릴 때 마다 폭발적인 관객이 몰린다. 그의 그림 가격은 점당 수 백 만원에서 수 천 만원에 이른다.

과거 한 미술전문지에서 서울 인사동을 지나가는 사람 1000 명에게 “화가 하면 누구 이름이 떠오르나” 하는 질문을 던졌을 때 조영남은 당당히 7위에 자리했다.

그에게 그림은 노래만큼 타고난 재능이었다. 초등학교 시절 각종 미술상을 휩쓴 것은 물론 고3 때 미술부장을 하며 자질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세시봉’이 인기를 끌던 1970년대 초 가수 활동과 함께 유럽 현대 작가들의 화풍을 연구하며 미술계에 본격적으로 발을 내딛었다.

조영남은 1973년 서울대 미대 서양화과에 재학 중이던 김민기(‘아침이슬’ 작사·작곡)의 소개로 만난 윤명로 선생(전 서울대 미대 학장)의 도움을 받아 안국동 소재 한국화랑에서 첫 개인전을 열었다. 그리고 이듬해는 미국으로 건너가 신학대학을 다니면서 그림 독학에 매진했다.

조영남은 저서 ‘태극기는 바람에 펄럭인다’에서 “미술에 관한 정규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기 때문에 몇 배 더 공부하고 몇 배 더 시간을 할애해야 미술을 전공한 사람을 따라갈 수 있다는 강박관념이 늘 있었다”며 “독자적인 미술학습법을 개발했다. 미술 자료나 도록에서 눈에 띄는 작품들을 오려내 따로 분류하고, 내가 좋아해서 수집한 그림들과 최첨단을 치닫는 현대의 경향들을 비교하면서 나는 나의 취약점을 순발력 있게 메워갈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이 당시 조영남은 뉴욕현대미술관에서 온종일 뭘 그릴까 생각에 잠겼는데, 교민들이 밤새 화투 치는 모습을 보면서 이거다 싶었다고 한다. ‘일본은 싫어하면서 화투는 이렇게 좋아하다니’, 아이러니를 느꼈다는 것. 그래서 사람들에게 익숙한 화투를 그리면 노래처럼 그림도 시선을 끌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한편, 춘천지검 속초지청은 조 씨가 2009년부터 올 3월까지 본인 작품으로 발표한 300여 점의 그림을 다른 사람에게 맡겨 그려왔다는 의혹이 제기됨에 따라 조 씨의 서울 사무실과 갤러리 등 3곳을 압수수색했다고 17일 밝혔다.

이에 대해 조 씨는 “화가들은 다 조수를 쓴다. 내가 먼저 그린 샘플을 주면 똑같이 그리는 것”이라면서 “오리지널은 내가 그린 것이며 내가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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