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51·수감 중)가 해외원정 도박 혐의로 구속돼 지난해 말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 수감되자 많은 변호사들이 사건 유치를 목적으로 정 대표에게 접견 신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천억 원의 현금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정 대표의 사건을 수임하기 위해 변호사들이 앞다퉈 달려든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정 대표의 항소심 재판 변호를 맡은 최유정 변호사(46·여)가 정 대표 사건을 수임한 것도 이른바 ‘변호인 쇼핑’, ‘피의자 쇼핑’ 과정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구치소 주변에서는 변호사들이 재력이 있는 범죄자에게 변호인 접견을 신청하고 피의자가 접견을 승낙하기를 바라는 이른바 ‘피의자 쇼핑’, ‘접견 쇼핑’을 하는 풍경이 늘어나고 있다.
정운호 대표 측이 법무법인 대륙아주를 통해 서울지방변호사회에 낸 진정서와 답변서에 따르면 최 변호사는 투자 사기를 벌인 송창수 이숨투자자문 대표 사건을 맡아 1심에서 4년 실형을 받은 것을 항소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으로 감형하면서 송 대표의 신뢰를 얻은 것으로 전해졌다.
송 대표가 서울구치소에서 정 대표에게 최 변호사가 유능하다는 식으로 소개해 줬다는 것이다. 다만 정 대표 측은 최 변호사가 지난해 12월 22일 서울구치소로 직접 와서 접견 신청을 했지만 거부했고 그 다음 날에 정 대표가 서울중앙지검으로 수사받으러 간 상황에서 최 변호사를 만나 사건을 맡기게 됐다는 입장을 밝혔다.
과거에는 구치소 수용자가 직접 변호사를 찾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 변호사 수가 크게 늘어나 수익이 줄면서 직접 발로 뛰는 변호사들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구치소 수용자도 이를 ‘변호인 쇼핑’이라 부르며 무료한 구치소 생활을 이겨내는 수단으로 삼고 있다. 현행법상 형사 피고인이나 피의자의 방어권, 변호인 변호권 보장을 위해 변호인 접견은 자유롭게 허용하고 있다. 구치소 일과시간 내 접견 시간·횟수에 대한 제한이 없어 범죄 피의자들도 이를 환영한다.
하지만 변호사법에 따르면 변호사는 법률사건이나 법률사무를 유상으로 유치할 목적으로 법원 수사기관 교정기관 및 병원에 출입하지 못하도록 규정돼 있어 변호사들의 이런 행태는 법 위반 소지도 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이 규정을 위반한 경우 해당 변호사에게 제명, 과태료 등 징계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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