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국공립대총장협의회가 1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최한 ‘국회 포럼’에서 박남기 전 광주교대 총장(왼쪽에서 세 번째)이 국공립대의
바람직한 발전 모델에 관해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종현 한경대 기획처장, 본보 심규선 대기자, 박 전 총장, 김영식 금오공대
총장, 신문규 교육부 대학정책과장, 김병주 영남대 교수.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정부의 일방적인 국공립대 통폐합 정책이 오히려 지방 대학교육을 황폐하게 만든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또 최근 등록금 동결과 인하 압박이 지속되고 학령인구가 감소하는 등 대학 재정이 열악해지는 상황에서 국공립대 발전을 지속하려면 정부가 맞춤형 재정지원사업 등을 펴야 한다는 진단이 나왔다.
전국국공립대학교총장협의회(회장 태범석 한경대 총장)와 지역중심국공립대학교총장협의회(회장 김영식 금오공대 총장)가 ‘지역균형과 국립대 발전을 위한 정책 제안 및 논의’란 주제로 공동 주최한 ‘국회 포럼’이 1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렸다.
참석자들은 정부가 국립대의 목적인 고등교육의 공공성이라는 특성을 무시한다고 비판했다. 대표적으로 사립대와 같은 획일적인 기준에 맞춰 대학평가를 진행해 국립대에 불이익을 초래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상호 부경대 기획처장은 “정부의 대학 구조조정 정책이 외형적 통폐합에 치중해 시너지와 경쟁력 창출에 한계를 보였다”며 “경북대는 상주캠퍼스의 정원이 급격히 줄어 상주 시민사회의 불만을 초래하는 등 후유증도 많다”고 비판했다. 임재학 한밭대 기획처장은 “사립대는 대학이 자율권을 가지고 전임교원을 확보할 수 있지만 국립대는 교육부가 전임교원 배정 권한을 가지고 있어 대학 자체의 노력으로 교육의 질을 제고하는 데 구조적 한계가 있다”고 진단했다. 전임교원 확보율이 각종 재원지원사업의 평가지표로 활용되면서 이중 삼중의 제재를 받고 있는 국공립대의 현실을 꼬집은 것이다.
국립대 사이에 부익부빈익빈 현상을 초래하는 물리적 통폐합 중심의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이승희 금오공대 기획협력처장은 “지도에 선을 긋고 인접 지역의 국립대를 통폐합하는 방식은 결국 규모가 큰 대학 위주의 흡수통합만 초래할 뿐”이라며 “경쟁력 있는 지방 국립대의 특성을 고려해 교육과정 중심의 협업을 유도하는 식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스웨덴식 ‘강소 대학’을 키우는 지역 국립대 발전 모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국공립대의 총체적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각 대학의 특수성을 고려한 ‘한국형 국립대’ 지원 모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한석 목포대 기획처장은 “등록금 수입과 정부 지원의 감소로 인해 필수적인 대학 운영비를 내기에도 버거운 게 현실”이라며 “사립대에 유리한 정부재정지원사업 선정 기준을 개편하고 ‘국립대학 지원 특별법’(가칭)과 같은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립대가 외부 지원에만 기댈 것이 아니라 내부적인 역량을 높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심규선 동아일보 대기자는 “국립대에서만 가능한 인재 교육 모델을 새롭게 제시해야 한다”며 “국립대가 먼저 어떤 부분을 희생할지 보여주는 노력을 함께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영식 금오공대 총장은 “균형발전을 위해 2014년 제정된 ‘지방대학 및 지역균형인재육성법’이 실질적으로 구현될 수 있도록 국립대 지원의 내실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태범석 한경대 총장은 “국립대뿐 아니라 한국 대학교육의 발전을 위해서 20대 국회에서는 재정교부법과 대학 구조개혁 관련 법 등이 꼭 통과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포럼에는 전국 국공립대 총장 20여 명을 비롯해 교육부 및 대학 관계자,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와 김광림 새누리당 정책위의장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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