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 받으면 다리 벌려” 모 대학 ‘여성비하’ 강의자료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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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년 5월 11일 14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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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 대학교 페이스북 페이지
사진=A 대학교 페이스북 페이지
남성의 손에 담긴 반지함이 열리자 다리를 꼬고 있던 여성이 다리를 벌린다. 뚱뚱한 남성, 근육질 남성이 각각 선물을 주지만 여성의 손은 근육질 남성의 선물만 받아든다. 9일 서울의 한 사립대학교 총학생회가 “전교생이 들어야 하는 필수 강의에서 자료로 사용됐다”며 이 같은 사진을 공개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날 A 대학교 총학생회는 페이스북 페이지에 “필수 과목으로 지정된 한 강의에서 믿기 힘든 내용이 발견됐다”며 성명을 냈다.

이 글에서 총학생회는 “‘마음을 훔쳐라! 욕망을 자극하라! 꿈을 팔아라!’ 라는 소제목 아래, 다음과 같은 사진이 예시로 사용됐다”며 문제가 된 사진을 공개하고 “단 두 장의 사진 속에 여성혐오와 외모에 대한 차별, 황금만능주의의 관점이 모두 포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총학생회는 이 강의의 문제점에 대한 지적이 기존에도 있어왔다면서 “어느 공간보다도 혐오와 차별로부터 자유로워야 할 대학에서 오히려 앞장서 이를 조장한다면 어디에서 교육의 의미를 찾아야 하나”라고 비판했다. 이어 강의를 기획한 학내 기구 측에 문제가 되는 사진을 삭제하고 재발 방지 약속과 사과를 요구했다.

재학생들은 댓글을 통해 해당 강의에서 앞서 사용한 자료에 대한 문제점을 새롭게 지적하기도 했다. ‘아이디어 제품 개발’의 사례로 ‘흰 원피스 속 빨간 속옷이 비치지 않도록 하는 제품’ ‘브래지어 끈이 자꾸 아래로 흘러내리는 여성을 위한 제품’ ‘지하철에서 다리가 벌어지지 않게 도와주는 제품’ 등 특정 예시만 들었다는 것이다.

이에 해당 기구 측에서는 10일 “감성의 중요성을 설명하기 위해 강의에 활용된 사례가 교육상 부적절했다. 사진은 곧바로 삭제했다”며 “수강생 여러분께 큰 불편을 끼쳐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그러면서 “재발 방지를 위해 해당 커리큘럼 전 강좌를 재점검하고 결과를 전 수강생들에게 공지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재학생들은 “답변이 충분하지 않다”며 반발했다.

한 재학생은 “여성 혐오 문제들을 대놓고 보여준 사례”라며 “대충 덮으려 하지 말고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해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강의 전체가 아닌 문제가 되는 사진 하나에 대한 해명, 재점검을 하겠다는 일방적인 통보만 있다”며 학교 측의 소통 방식을 문제 삼는 의견, “강의의 관점 자체가 편향적이며 차별적인데, 이런 강의가 졸업필수요건인 것도 문제”라는 지적도 있었다.

일부 재학생들의 반발이 가라앉지 않는 가운데, A 대학교내 한 인권 모임에서는 이를 규탄하고자 11일 규탄 발언대 행사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박예슬 동아닷컴 기자 ys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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