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송박사의 술~술 경제]금리가 낮아지면 과연 좋을까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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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우리 부모님들은 높은 금리 때문에 울기도, 웃기도 하였습니다. 조그만 가게라도 열어 장사를 하려면 돈이 필요했는데 은행에서 빌리기도 어려웠고 금리도 높았습니다. 은행에서 못 빌려 사채라도 쓰는 때에는 금리가 너무 높아 장사가 잘 안 되면 금세 빚더미에 올라앉기도 했습니다. 반면에 안정적인 직장에 다니던 부모님들은 매달 은행에 적금을 부으면 높은 금리로 돈이 점점 불어나는 기쁨을 맛보기도 했지요. 하지만 높은 금리는 경제활동을 하는 대부분의 기업이나 가계를 힘들게 했습니다. 기업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투자를 해야 하는데 높은 금리는 투자비용을 조달하기 어렵게 만들었지요. 집을 사거나 큰 수술을 할 때 목돈이 필요했던 가정에서도 높은 금리는 그렇지 않아도 팍팍한 살림을 더 어렵게 만들곤 했습니다.

최근에 금리도 무척 낮아지고 은행에서 돈을 빌리기도 수월해졌습니다. 그렇다면 금리가 낮아져서 기업이나 가계 모두 행복해진 걸까요? 낮은 금리 덕분에 돈을 빌려 집을 사는 것도 예전보다 훨씬 쉬워졌고 기업들의 이자 비용도 낮아졌습니다. 하지만 집값은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올랐고 이익이 나지 않아 부실해진 기업들의 부채 규모도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났습니다. 금리가 낮아져 돈 빌리기가 쉬워진 만큼 그에 따른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는 것입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세계경제는 낮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선진국들은 경기 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해 금리를 0으로 낮추는 경우도 있고 심지어는 마이너스 금리로 가기도 합니다. 마이너스 금리에서는 은행에 저축을 하게 되면 오히려 이자를 물어야 합니다. 소비와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충격적인 정책을 사용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금리를 낮추는 정책으로 원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을까요?

미국은 금융위기 이후 금리를 0%로 낮추고 중앙은행의 돈을 푸는 소위 양적완화를 3차례에 걸쳐 실시했습니다. 미국 경제가 위기에서 벗어나는 데에 이런 정책이 기여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일본의 경우 제로 금리와 양적완화를 오래 전부터 시행해 왔고 최근에는 마이너스 금리 정책까지 시행했지만 오랜 경제 침체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일본의 경험은 금리를 낮추는 정책이 단기적으로 경기를 부양하는 반짝 효과는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효과가 없다는 것을 보여 줍니다.

금리, 즉 이자율은 미래를 현재와 연계해 주는 역할을 합니다. 돈을 빌리는 사람 입장에서 금리는 미래 소득을 현재에 사용하는 것에 대한 비용입니다. 반면 빌려 주는 사람 입장에서 금리는 현재 소득을 다른 사람에게 제공한 것에 대한 보상입니다. 따라서 금리가 높으면 사람들은 저축을 더 많이 하려고 합니다. 금리를 인위적으로 낮추면 현재의 소비, 투자가 증가하는 효과가 있지만 미래를 위한 저축과 소득을 증대하려는 노력을 위축시킵니다. 극단적으로 낮은 금리가 지속되면 집값과 같은 자산 가격이 오르고 저축 부진에 따른 투자의 정체, 자산시장 거품 붕괴 등 다시 경제위기로 이어지게 됩니다. 선진국들의 극단적인 제로 금리 혹은 마이너스 금리 정책은 세계경제를 오히려 긴 침체의 늪으로 이끌 수도 있습니다.
 
송원근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
#경제#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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