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가 상업기관?” 대학교 정문에 걸린 ‘헐리우드 영화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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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년 5월 9일 17시 42분


사진=페이스북
사진=페이스북
서울의 한 사립대학교 정문에 대형 영화 홍보 현수막이 걸리자 재학생들이 “지성의 전당인 대학 건물을 상업적으로 이용한다”며 눈살을 찌푸렸다. 학생회 측은 학교 축제 예산을 충당하기 위해서였다고 밝혔지만, 해명이 논란을 더 키운 모양새다.

8일 A 대학교 학생들을 위한 홍보용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익명을 요구한 제보자가 “저것이 왜 저기에 있는 건지 혹시 아시는 분”이라며 사진 한 장을 게재했다.

사진에는 A 대학교 정문 건물에 한 유명 할리우드 영화를 홍보하는 대형 현수막이 내걸린 모습이 담겨 있다. 특히 해당 건물은 실제 대학생들이 수업을 듣는 공간으로, 현수막이 건물 여러 층의 창문을 완전히 가리고 있다.

이에 재학생들은 댓글을 통해 불쾌감을 드러냈다. “외부인에게 가장 잘 보이는 건물을 학생들에게 공지도 없이 상업적으로 이용했다”는 맥락의 의견이 많았다.

재학생들의 반발이 커지자 총학생회 측은 이날 “학교와 총학이 협의해 축제 종료 시까지 달아서 기부금을 받는 형식으로 진행한 것”이라면서 “축제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부족한 예산으로 축제 무대를 진행하려다 보니 생긴 불찰”이라고 해명했다.

대형 현수막이 창문을 가려 학생들의 수업 환경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메쉬(그물망처럼 구멍이 촘촘하게 뚫려 있는 원단)소재로 학우 여러분의 학업에 불편하지 않도록 했다”며 “다만 현수막이 걸린 층의 경우 빛 투과 정도가 낮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멋진 축제 무대를 만들고자 하는 과욕이 앞서 무리하게 외부기업을 유치해 최고의 축제를 만들고 싶었다”며 “학우 여러분들이 받을 불편한 감정에 대해 더 깊게 고민하지 못한 점 사과드린다”고 전했다.

하지만 학생회 측의 해명은 오히려 논란을 부채질하는 꼴이 됐다. 한 재학생은 “팔아서는 안 될 것을 합당치 못한 이유로 팔았다”는 댓글을 남겼다. “연예인 보려고 축제하나” “예산이 부족하면 축제 규모를 줄이는 게 맞다. 학교는 교육기관이지 상업기관도, 축제하며 노는 곳도 아니다”라는 의견도 이어졌다.

그러자 총 학생회장은 이날 다시 “현재 현수막 철거를 위해 움직이고 있으나, 배급사·대행사가 얽혀있는 계약 문제와 계약서상의 위약금 문제로 문제 해결이 쉽게 되지 않고 있다”며 “작은 욕심에 눈이 멀어 학우들께 부끄러운 행동을 했다”고 거듭 사과했다.

박예슬 동아닷컴 기자 ys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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