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대학서 ‘女신입생에 예비군 술자리 참석 독려’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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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년 4월 27일 10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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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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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어김없이 예비군 훈련 끝나고 여자 신입생들만 따로 불러서 술자리 같이 하라고 시키네요. 왜 ‘예비군 남자’랑 ‘신입생 여자’만 따로 술자리를 갖게 하는 걸까요? 이런 악습 좀 빨리 없어졌으면 좋겠네요.”

25일 인천대학교 페이스북 페이지에 익명의 제보자가 이같은 불만을 표출하는 글을 올렸다. 모 학과에서 남자 선배들의 예비군 훈련 뒤풀이 행사에 신입 여학생들의 참석을 독려해 불쾌감을 느꼈다는 것이다.

이 문제는 곧 논란이 됐다. 재학생들은 댓글로 “왜 여자 신입생을 부르느냐, 여학생이 접대부냐” “선배와 후배가 친해질 수 있는 행사일 뿐이고, 지금까지 아무 문제가 없었다”며 공방을 벌였다.

논란이 커지자 해당 학과의 부학회장이 행사를 공지했던 모바일 메신저 메시지 내용을 공개했다. “매년 예비군 훈련 후 뒤풀이에서 선배님들 술 먹는데 1학년 여학우 분들이 놀러가서 같이 놀았다. 남자 선배들과 친해질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1학년 여학우 말고 다른 여자 선배들은 안 가니까 눈치 보지 않고 마음껏 놀 수 있다. 많이 참여해줬으면 좋겠다”며 1학년 여학생들의 행사 참여를 독려하는 내용이었다.

해명을 위해 공개했던 메시지 내용은 오히려 논란에 불을 지폈다. 결국 26일 해당 학과 학회장은 학교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물의를 일으킨 것에 대해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이어 “댓글 중에 ‘접대부’, ‘위안부’라는 표현이 있었지만 결단코 우려하는 그런 자리가 아니었다”며 “그러한 의도가 아니더라도 듣는 이가 불쾌했다는 것에 대하여 저희의 잘못임을 인정한다”고 전하며 해당 행사를 취소하겠다고 밝혔다.

모바일 메시지로 이번 행사를 공지했던 부학회장도 사과를 전했다. 그는 “1학년 때 이 행사에 직접 참여했고 선배들과 친해질 수 있는 좋은 자리, 재미있는 자리라고 느꼈다. 문제될 것이 없는 선배님과 술자리라고 느껴 1학년 신입생 여학우들에게 거리낌 없이 공지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공지한 이유는 이 행사에 전혀 강제성이 없었다는 점을 알리기 위해서였다”며 “받아들이는 1학년 입장에서 강제성이 느껴졌다면 사과드린다. 1학년 입장에서 선배가 하는 말이 무섭게 느껴졌을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또한 예비군과 여자 신입생이 만난다는 것에 정서적 부분에서 신입생 남·여학우가 받았을 불쾌감에 대해서도 인정한다”고 사과했다.

그러면서 “행사의 의도와 많은 선·후배님들을 접대부니 위안부니 이런 말들로 단정 짓지 말아 달라”고 당부하며 행사는 선후배가 친목도모를 위해 모이는 자리였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들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아직 충분히 납득하지 못했다는 재학생들이 남아 있다. 이들은 사과를 전한 학과 측이 문제의 본질을 읽지 못했다고 말하고 있었다.

한 재학생은 댓글을 통해 “학과 측이 이번 행사에서 무엇이 문제였는지 파악을 못하고, ‘선후배간의 친목도모’라는 행사의 의도만 강조하고 있다”며 “남자 선배들의 예비군 뒤풀이 행사에 1학년 학생들을 부르는 게 아니라 1학년 ‘여학생’을 부르는 것이 문제인 것”이라고 꼬집었다.

박예슬 동아닷컴 기자 ys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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