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거주 위안부 할머니, 한국서 치료 시작…“치료지원 아끼지 않을것”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10일 19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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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상 사고를 당한 중국 거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가 “고향 땅에서 치료받고 싶다”는 뜻에 따라 10일 한국으로 이송됐다. 정부와 시민단체의 지원 속에 11일부터 본격적인 국내 치료가 시작될 예정이다.

이날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시의 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오던 위안부 피해자인 하상숙 할머니(88)가 이날 오후 4시 반경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하 할머니는 곧바로 서울 동작구 흑석동 중앙대병원으로 옮겨져 오후 6시쯤 중환자실에 입원했다. 하 할머니는 현재 의식은 찾았으나 인공호흡기에 의존하고 있어 중국 병원에서부터 누운 채로 이송됐다.

하 할머니는 2월 계단에서 넘어져 갈비뼈와 골반 등이 부러지는 사고를 당했다. 부러진 갈비뼈가 폐를 찌르면서 그 부위에 염증을 일으켜 한 때 의식불명 상태였고 지금도 호흡곤란과 의사소통 문제 등을 겪고 있다.

하 할머니 치료를 담당하는 이 병원 흉부외과 박병준 교수는 “환자는 평소에도 고혈압과 천식, 뇌경색, 심장질환, 급성신부전 등을 앓아온 터라 환자 상황이 좋은 편은 아니다”며 “그러나 상황이 더 나빠지기 전에 국내에서 전문적인 치료를 지원하는 것이 낫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중앙대병원 의료진은 이달 3일부터 현지에 파견돼 하 할머니의 상태를 확인했고 이후 하 할머니의 체온과 맥박 등이 안정적이어서 이송에는 큰 무리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하 할머니는 중앙대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정밀점검을 시작했고 결과가 나오는 대로 치료계획을 세울 예정이다. 병원 관계자는 “우선 환자가 인공호흡기를 떼고 상황이 호전되기를 지켜보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정밀점검은 2, 3일 정도 소요될 전망이다.

정부는 하 할머니가 받게 될 긴급 치료는 물론 향후 요양병원 입원 치료와 한국에서의 정착 등까지 장기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정부는 앞서 ‘일본군 피해자 생활안정지원법’에 따라 하 할머니에게 매달 126만 원의 생활안정지원금을 지원해왔고, 중국에서 들어간 약 4800만 원의 병원비도 지원했다. 또 국내 NGO 단체들이 약 1200만 원을 보탰다. 중국 귀화를 거부하고 한국 국적을 유지해온 하 할머니는 중국 내 건강보험 혜택을 받지 못해 하루 평균 150~180만 원의 병원비를 부담해야 했다.

하 할머니가 중국으로 건너간 때는 17살이던 1944년. 당시 돈을 벌게 해주겠다는 일본인 군 위안부 모집책에게 속아 중국 우한에서 고초를 겪은 할머니는 광복 이후에도 위안부에 대한 편견이 두려워 한국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이후 중국인과 결혼해 남편이 데려온 세 딸을 기르며 살았다. 그는 “생애 마지막은 한국에서 살다가 죽고 싶다”는 말을 계속해왔다고 가족들은 전했다.

한국으로의 이송은 이러한 할머니의 뜻에 따라 전격 결정됐다. 정부는 이달 초 중앙대병원 호흡기 알레르기내과의 신종욱 교수와 흉부외과 박병준 교수를 현지로 파견해 치료를 지원했고, 할머니의 상태가 호전되자 후속치료를 위해 한국행을 지원하기로 했다. 병원 측 의료진 4명과 여성가족부 담당자 2명 등 6명으로 구성된 이송팀이 할머니와 동행했다.

신속한 이송을 위해 대한항공도 도왔다. 우한과 인천을 오가는 소형 항공기 기종(B-737)을 하 할머니 이송을 위해 중형 항공기 기종(A-330)으로 변경하는 한편 좌석 6개를 빼고 환자운송용 병상도 설치했다. 강은희 여성가족부 장관은 “외교부와 중앙대병원, 대한항공을 비롯해 전 국민이 성원해준 덕분에 안전하게 하 할머니를 안전하게 모셔올 수 있었다”며 “어렵게 모셔온 만큼 고국의 따뜻한 품안에서 빠른 시일 내에 건강을 회복할 수 있도록 치료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날 하 할머니와 함께 한국에 도착한 막내딸 류완전 씨(63)는 “어머니가 고국에 돌아오기까지 각계각층에서 많은 도움을 준 의료진과 정부에 큰 감명을 받았다”며 “어머니를 성원해준 대한민국 국민께도 감사드린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임현석기자 l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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