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남북]개척정신이 필요한 경북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6일 03시 00분


코멘트
이권효·대구경북취재본부장
이권효·대구경북취재본부장
경북도청이 안동으로 이전하고 두 달째에 접어들면서 생활이 불편하다는 도청 직원들의 하소연이 적잖이 들린다. 환경이 크게 바뀌고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등 낯설기 때문일 것이다. 퇴근 후에는 신청사 주변이 적막강산이어서 더욱 그럴 수 있다.

이런 불편이 불평불만과 짜증, 낙담으로 이어지고 마음도 흐트러져 “불편해서 못 살겠다”는 상황이 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지금은 도청 신도시가 조성 초기여서 청사 주변이 공허하고 쓸쓸하게 느껴지지만 수년 뒤에는 많이 달라질 것이다.

도청 직원들은 당장의 불편을 넘어 인내심을 갖고 부지런하게 삶을 개척하는 ‘석전경우(石田耕牛·돌밭을 일구는 소)’의 마음가짐이 필요해 보인다. 경북도에 석전경우 개척 정신은 두루뭉술한 위안이 아니라 ‘경북다움’을 실천하기 위한 필수적인 태도라고 할 수 있다.

안동 출신의 퇴계 이황은 주변의 도움으로 4년 만에 겨우 세 칸짜리 도산서당을 완성했다. 퇴계는 볼품없는 도산서당이 오히려 너무 크다며 불편한 마음을 가졌다. 퇴계는 이 작고 소박한 공간에서 바람직한 삶의 모습을 추구한 불후의 업적을 남기고 서애 유성룡 등 걸출한 제자를 길렀다.

도청에서 3km가량 떨어진 하회마을의 작은 집(옥연정사)에서 서애는 병든 몸으로 고통스러워하면서도 임진왜란을 기록한 ‘징비록’을 남겼다. 공동체의 미래를 위해서다. 경북도청 신청사는 규모와 시설 면에서 최고 수준이다. 직원들이 신청사에 드나들면서 퇴계와 서애의 삶이 녹아 있는 도산서당과 옥연정사의 의미도 한번씩 돌아보면 어떨까.

경북도가 한국 정신의 상징처럼 뿌듯하게 여기는 새마을과 호국 등 경북의 정체성은 어떤가.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어려웠던 현실을 이겨 내고 새로운 길을 개척한 석전경우 정신이다. 식목일인 오늘 경북도청 직원들이 대한민국 역사를 만들어 온 경북의 전통을 발전적으로 계승하려는 나무를 가슴 속에 한 그루씩 심어 신도청 시대를 설레고 유쾌하게 열어 나갔으면 좋겠다.
이권효·대구경북취재본부장 boria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