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못보낸 엄마 아빠 마음 이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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光州 미취학 7남매, 10㎡ 단칸방살이에도 꿋꿋

“엄마 아빠가 힘든 게 더 속상해요. 학교를 보내지 못한 엄마 아빠의 안타까운 마음을 이해해요.”

학교에 가지 않고 집에서 공부하며 살아온 ‘광주 10남매’는 경찰 조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세간의 관심이 쏠리자 오히려 자신들보다 부모 걱정을 한 것이다. 10남매의 존재가 밝혀진 것은 지난달 30일. ‘A 씨(43)의 자녀 일부가 초등학교를 다니지 않는다’는 교육당국의 수사 의뢰를 받은 경찰이 사실 확인을 위해 A 씨의 집을 찾았다. 방 10m², 부엌 6m²에 불과한 작은 집에 A 씨 부부와 자녀 7명 등 9명이 함께 살고 있었다. 성인이 된 자녀 3명은 따로 살고 있었다.

조사 결과 10남매 중 의무교육과정을 마친 건 독립한 큰딸(26)뿐이었다. 현재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아홉째(10), 열째(7·여)를 제외한 나머지 7명은 학교에 다닌 적이 없다. 그 대신 이들은 오래전부터 언니 오빠가 동생들에게 직접 국어와 영어 수학을 가르쳤다. 부모의 신체적 정서적 학대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아이들의 관계도 좋았고 분위기도 밝았다는 것이 경찰과 지방자치단체 담당자의 설명이다. 한 주민은 “아이들이 학교에 가지 않고 있어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아이들이 너무 해맑아 다른 생각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A 씨는 사채를 빌려 음식점을 하다 1996년 부도가 났다. 그는 1998년 주소지 신고를 하지 않아 주민등록이 말소됐다가 2006년 재등록했다. A 씨 부부는 사채업자를 피해 도망을 다니다 자녀를 학교에 보내지 못했다. 몸이 아픈 A 씨가 월세방에서 자녀들을 키우고 부인(45)이 식당 날품팔이를 하며 생활비를 벌었다. A 씨 부부는 경찰에서 “어린 시절 외롭게 자라 아이를 많이 낳고 싶었다. 애들을 학교에 보내지 못한 것이 늘 미안했다”고 말했다.

자녀들은 오히려 “엄마 아빠가 놀림을 당하고 있다”며 걱정하고 있다. 반면 A 씨 부부는 ‘자녀들이 행여 잘못될까 봐’ 노심초사하고 있다. 경찰은 A 씨 부부의 입건 여부를 고민 중이다. 자녀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았지만 집에서 공부를 시킨 만큼 고의적 방임으로 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오히려 광주 10남매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도움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광주지역본부는 주택 마련을 위한 후원금 모금을 추진 중이다. 해당 지자체와 교육당국도 주거환경 개선과 아이들의 학업 지원 방안을 마련 중이다. 지자체 관계자는 “어려운 가정형편에도 불구하고 A 씨 부부가 아이들을 버리지 않고 어떻게든 계속 함께 지내려 노력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光州#미취학#7남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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