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억대 금괴-녹용 ‘뽁뽁이 포장’ 밀수… 바다에 던지면 낚싯배로 건져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1일 03시 00분


코멘트

평택∼중국 오가는 화객선 이용… 세관, 총책 등 3명 구속-18명 입건

지난해 12월 4일 오전 8시경 경기 안산시 풍도 앞 해상. 중국을 오가는 각종 선박의 항로가 인천항과 평택항으로 갈라지는 지점으로, 해양경찰의 감시가 상대적으로 덜한 곳이다.

하루 전 중국 옌타이(烟臺)항을 출발해 평택항으로 가던 화객선(貨客船)에서 누군가가 ‘뽁뽁이(에어캡)’로 포장한 상자 30여 개를 바다에 던졌다. 곧이어 부근 해상에서 낚싯배와 레저용 고속보트에 나눠 탄 전모 씨(54) 등 8명이 다가가 긴 대나무에 꽂은 갈고리로 바다에 둥둥 떠다니는 상자들을 재빠르게 건져 올렸다. 이들이 옮겨 실은 상자에는 화객선 승객 양모 씨(39) 등이 중국에서 싼값에 사들인 금괴와 녹용, 담배, 가짜 비아그라 등이 가득 들어 있었다. 이들은 세관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상자를 경기 화성시 전곡항과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을 통해 밀수입한 뒤 전국에 유통시켰다.

양 씨 등은 이런 수법으로 최근까지 19차례에 걸쳐 금괴 1kg짜리 30개와 녹용 380kg, 가짜 비아그라 22만 정, 국산 면세담배 1만7500보루를 밀수했다. 금액으로 치면 총 50억 원어치에 이른다.

조사 결과 담배는 평택항 면세점에서 여러 명이 나눠 대량으로 구입한 뒤 중국행 화객선에 실어 뒀다가 다시 평택항으로 돌아올 때 바다에 던져 빼돌린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밀수를 눈감아주는 대가로 화객선 사무장(57)에게 수백만 원을 주기도 했다.

인천본부세관은 국가정보원 인천지부와 공조해 해상 밀수 조직 총책 이모 씨(34) 등 3명을 관세법 위반 혐의로 구속하고, 공범 1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31일 밝혔다.

인천=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금괴#녹용#낚싯배#세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