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자발적 성매매 처벌하는 특별법 합헌”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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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관 6대3으로 결정

착취나 강요 없는 성매매도 범죄로 보고 성구매자·판매자를 동일하게 처벌하는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성매매처벌법) 조항은 헌법에 부합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2004년 성매매처벌법 시행 이후 스스로 성매매에 나선 여성을 처벌하는 것이 정당한지에 대한 헌재의 첫 판단이다.

헌재는 성매매 여성 김모 씨(45)가 “생계형 성매매까지 처벌하는 것은 국가의 지나친 침해”라며 낸 위헌법률심판사건에서 재판관 6(합헌) 대 3 의견으로 31일 합헌 결정했다. 하지만 재판관 중 3분의 1은 현행 성매매 처벌에 대한 여러 문제점을 지적하며 개정 필요성을 제기했다.

○ 재판관 6명 “자발적 성매매 여성도 처벌해야”

헌재는 이날 결정문에서 “성매매는 그 자체로 폭력적, 착취적 성격을 갖고 경제적 약자인 성판매자의 신체와 인격을 지배하기 때문에 자유 거래로 볼 수 없다”며 입법 정당성을 인정했다. 개인 간 성행위는 성적 자기결정권의 보호 대상이지만 외부로 표출돼 건전한 성풍속을 해칠 때는 규제 대상이라고 봤다.

헌재의 이번 판단은 2012년 7월 화대 13만 원을 받고 성매매를 한 혐의로 기소된 김 씨가 성매매처벌법 제21조1항의 위헌 여부를 판단해 달라고 판사에게 헌법재판을 요구한 것이 발단이 됐다. ‘성매매를 한 사람은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 원 이하의 벌금 등에 처한다’는 조항을 문제 삼은 것. 서울북부지법 오원찬 판사는 “자발적 성매매 처벌은 성적 자기결정권을 존중하는 사회 가치관을 반영하지 못하고 성판매 여성에 대한 형사 처벌을 금지하는 국제협약에도 위반된다”며 김 씨의 의견을 수용해 위헌심판을 제청했다.

가장 큰 쟁점이었던 자발적 성매매를 처벌할지에 대해선 재판관들의 의견이 크게 갈렸다.

합헌 의견을 낸 재판관 6명(박한철 이정미 이진성 김창종 안창호 서기석)은 “외관상 강요되지 않은 성매매도 성을 상품화함으로써 성판매자의 인격적 자율성을 침해할 수 있다”며 자발과 강요의 구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자신의 몸을 경제적 대가나 성구매자의 성적 도구로 전락시키는 행위를 허용한다면 인간의 존엄성을 자본의 위력에 양보하는 것이 되므로 강압된 성매매와 차이가 없다”고 강조했다.

성판매 행위를 범죄로 처벌하지 않으면 경제적인 이유로 성매매 공급이 늘어나고, 포주 조직이 인신매매한 여성에게 합법적인 성판매를 강요하는 등 성매매가 조직 범죄화될 우려가 있다는 점도 합헌의 근거로 들었다. 생계형 성판매를 처벌할지 여부는 위헌 문제가 아니라 정상 참작이나 지원 정책에서 반영할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 “성판매자는 처벌 아닌 보호 대상” 소수의견도

재판관 9명 중 유일하게 전부 위헌 의견을 낸 조용호 재판관은 “성인 간의 자발적 성매매에 국가가 개입하는 것은 입법자가 특정 도덕관을 강제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가가 생계형 성매매 여성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법률을 만들어 형사 처벌하는 것은 또 다른 사회적 폭력이라는 의견이었다. 조 재판관은 “성매매에 대한 최선의 해결책은 사회보장을 확대해 탈성매매를 돕는 것”이라고 밝혔다.

일부 위헌 의견을 낸 김이수 강일원 재판관은 “성판매 여성은 형사 처벌이 아니라 보호와 선도의 대상이 돼야 한다”며 “성매매 근절과 성도덕 보호라는 입법 목적엔 동의하지만 성판매자 처벌은 과도한 형벌권 행사”라고 밝혔다.

이번에 합헌 결정이 나왔어도 성매매처벌법에 대한 위헌 논쟁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2012년 성매매 건물주가 낸 헌법소원에서는 재판관 전원 일치로 합헌 결정이 나왔지만 4년이 흐른 이번에는 재판관 3명의 이탈표가 나왔기 때문이다.

성매매여성단체인 한터전국연합 강현준 대표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성매매처벌법 폐지 여론이 유지보다 앞섰다. 헌재가 사회적 합의를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성판매 여성을 비범죄화하라”는 유엔여성차별철폐위원회 권고와 유럽의회 결의문도 변수다.

반면 한국여성변호사회는 선고 직후 “성매매는 인간의 성을 상품화하고 존엄성을 해치는 중대한 범죄”라며 환영 성명을 냈다. 건강과 가족을 위한 학부모연합은 “생계형의 범주에 성매매를 넣는 것은 노동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것”이라고 밝혔다.

신동진 shine@donga.com·권오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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