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조원대 도박사이트 운영하며 ‘사무장 병원’까지 차린 일당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30일 17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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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돈이 수조원대에 이르는 불법 도박사이트를 운영하며 호화 생활을 하고 돈 세탁할 목적으로 병원까지 차린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은 해외에 서버를 둔 도박사이트를 운영하며 범죄 수익금으로 이른바 ‘사무장 병원’을 세워 운영한 혐의(도박개장, 의료법 위반 등)로 총책 신모 씨(43) 등 일당 17명을 검거하고 신 씨 등 5명을 구속했다고 30일 밝혔다.

신 씨 일당은 2013년 초부터 지난해 12월 말까지 미국에 도박사이트 서버를 두고 불법 카지노 도박 사이트를 운영한 혐의다. 신 씨는 불특정다수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과거에 도박을 했던 사람에게는 무료 게임머니를 지급하는 수법으로 사이트를 홍보하며 회원 1만7000여 명을 모집했다. 신 씨 일당은 회원들이 도박에서 딴 수익금은 환전해 현금으로 계좌 이체하거나 피자나 아이스크림을 구매할 수 있는 쿠폰으로 되돌려줬다. 생일이나 기념일인 회원에게는 상품을 지급하며 철저히 고객을 관리하기도 했다. 불과 2년 동안 회원들이 판돈 명목으로 신 씨 일당에게 입금한 금액만 2조6000억 원에 달했다.

도박사이트에서 생긴 수익은 환치기 수법으로 국내로 들여왔다. 자신의 몫으로 약 300억 원을 챙긴 신 씨는 이 돈을 고급 아파트에서 살며 고습 승용차도 몰았다. 검거 당시 그는 국내에 단 1대뿐인 영국 애스턴마틴 사의 한정판 차량(시가 4억6000만 원 상당)을 타고 다녔다.

신 씨는 불법적으로 번 돈을 세탁하고자 병원까지 차렸다. 그는 월 1100만 원을 주는 조건으로 현직 의사인 이모 씨를 꼬드겨 지난해 12월 경기 수원시에 이 씨의 명의로 척추질환 전문병원을 세웠다. 현행법상 의료인이 아니면 병원을 설립할 수 없다.

경찰은 신 씨 일당이 갖고 있던 현금 33억 원과 자동차 등 39억7000만 원 상당의 동산을 압수했다. 부동산 전세자금 26억8000만 원에 대해서는 유죄 확정 시 몰수할 수 있도록 법원에 ‘기소 전 몰수보전’을 신청했다. 해외에 은닉한 수익금 27억 원은 국제 사법 공조를 통해 몰수할 예정이다. 경찰은 달아난 공범 4명을 쫓고 있다.

김호경 기자 whalefish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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