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악 개그’하다가… 미래의 거장으로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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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와 함께하는 제12회 서울국제음악콩쿠르(성악)… 바리톤 김기훈씨 우승

서울국제음악콩쿠르 우승자 김기훈은 시상식 뒤 심사위원들의 쏟아지는 조언을 듣느라 20분 넘게 공연장을 떠나지 못했다. 그는 “어디서도 듣기 힘든 대가들의 조언이 앞으로의 음악 생활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서울국제음악콩쿠르 우승자 김기훈은 시상식 뒤 심사위원들의 쏟아지는 조언을 듣느라 20분 넘게 공연장을 떠나지 못했다. 그는 “어디서도 듣기 힘든 대가들의 조언이 앞으로의 음악 생활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중고등학교 시절 바리톤 김기훈(24·연세대)에게 성악은 친구들을 위한 웃음의 소재였다. TV에 나온 성악가를 흉내 내며 약간의 개그를 섞어 친구들을 웃겼다. 노래를 잘한다는 소리를 들었지만 이때만 해도 성악가는 단 한 번도 꿈꿔 본 적이 없었다.

그런 그가 26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LG와 함께하는 제12회 서울국제음악콩쿠르’ 성악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1위로 호명되자 활짝 웃은 김기훈은 시상 소감에서 “현실이 아닌 것 같아 그냥 웃었다. 아직도 얼떨떨하다”며 다시 웃었다.

전남 곡성 출신인 김기훈은 고교 3학년 때 성악에 입문했다. 동네 교회 성가대에 새로 온 선생님이 그의 목소리를 듣고는 당장 큰 도시에서 성악 테스트를 받아 보라고 권했다. 그는 “별 기대 없이 광주의 음악학원에 갔는데 ‘발성이 정말 좋다’고 해 성악 레슨을 받기 시작했고 연세대 음대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그는 순수 국내파다. 해외 콩쿠르에 참가한 적도, 외국 학교에서 공부한 적도 없다. 그런데도 지난해부터 동아음악콩쿠르 등 3개의 국내 콩쿠르에서 1위를 차지했다. 이번 서울국제음악콩쿠르가 그에게는 첫 번째 국제 무대였다.

4월 독일 하노버대극장으로 1년 동안 공부하러 떠나는 그에게 심사위원들은 러브콜을 아끼지 않았다. 한 심사위원은 “독일보다 이탈리아로 공부하러 가면 좋겠다. 꼭 다시 만나서 내가 제대로 도와주고 싶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심사위원은 “내가 심사위원으로 참여하는 국제콩쿠르에 참가하면 좋겠다. 김기훈의 실력이라면 충분히 우승을 노려 볼 만하다”고 말했다.

김기훈은 “어렸을 때부터 성악가를 꿈꾼 것은 아니었지만 이제는 내 삶을 바꿔준 고마운 존재가 됐다. 앞으로 내 이름 석 자를 대면 누구나 알 수 있을 정도로 세계적인 성악가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결선이 열린 콘서트홀에는 1층 객석의 빈자리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많은 관객이 들어찼다. 중간 휴식시간 땐 로비에서 열띤 응원전이 펼쳐지기도 했다. 윤호근이 지휘하는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에 맞춰 결선에 진출한 6명은 열띤 경쟁을 펼쳤다. 2위는 김건우(30·마인츠 국립음대), 3위는 몽골의 아마르투브신 엥흐바트(30·울란바토르 문화예술교육대), 4위는 박기훈(21·서울대), 5위는 길병민(21·서울대), 6위는 우크라이나의 미하일로 말라피(25·리비프 주립음악학원)가 차지했다. 김기훈은 5만 달러(약 5800만 원)의 1등 상금을 받았으며 내년 예술의전당 교향악축제에서 협연 무대를 갖게 된다. 또 리사이틀의 기회도 주어진다. 이날 시상식에는 이한구 LG그룹 상무, 류경기 서울시 행정1부시장, 황호택 동아일보 논설주간이 시상자로 나섰다. 서울국제음악콩쿠르의 1, 2차 예선과 준결선은 유튜브(검색어 ‘seoul competition’)에 공개됐으며 결선은 29일 공개된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바리톤#김기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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