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 신입생 환영회… 오물 막걸리 세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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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역 사립대서… 선배들이 음식물 쓰레기 등 섞어 뿌려

부산 모 대학의 동아리 신입생 환영회에서 선배 여학생이 신입생들에게 오물을 섞은 막걸리를 뿌리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해당 동아리가 속한 학과의 학생대표가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피해 학생 가족들을 중심으로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페이스북 화면 캡처
부산 모 대학의 동아리 신입생 환영회에서 선배 여학생이 신입생들에게 오물을 섞은 막걸리를 뿌리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해당 동아리가 속한 학과의 학생대표가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피해 학생 가족들을 중심으로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페이스북 화면 캡처
부산의 한 사립대에서 학과 신입생 환영회를 치르면서 선배들이 신입생에게 오물을 뿌린 사실이 드러나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다.

27일 부산 모 대학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자신을 ‘화학공학과 신입생의 형’이라고 밝힌 한 남성이 “동생의 신입생 환영회 때 상식을 벗어나는 행사가 있었다. 전통이랍시고 술에 무엇을 섞어서 저렇게 뿌렸다는데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된다”며 사진 한 장을 올렸다.

사진에는 이 학과 내 동아리 신입생 10여 명이 손을 모으고 고개를 푹 숙인 채 늘어서 있고, 선배로 보이는 한 여성이 바가지로 학생들에게 흰색 액체를 뿌리고 있다. 사진을 본 한 학생은 댓글에 “막걸리에 먹다 남은 두부 등 음식물 쓰레기 등을 섞은 것”이라고 폭로했다.

사건이 알려지자 누리꾼들은 분노했다. 한 학생은 “부모들이 자녀가 이런 일을 당하는 걸 봤으면 당장 고소를 할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학생은 “선배라는 사람들이 자기가 당했다는 이유로 악습을 걸러내지 않고 후배들에게 잘못된 군기 문화를 답습한다”며 비난했다. 이 사건은 11일 이 학과의 한 동아리에서 마련한 신입생 환영회 때 일어났다.

추가 제보도 이어졌다. 한 학생은 다른 학과 신입생 환영회 때 오물을 뿌리는 장면이 담긴 사진을 올렸다. 한 여학생은 “우리 과에선 여자 신입생들에게 호칭을 강제한다”며 “남자 선배들에게 ‘오빠’라는 호칭을 못 쓰게 하는데 남자 신입생은 여자 선배에게 ‘누나’라고 부를 수 있다”고 폭로했다.

이날 1만 개가 넘는 댓글과 함께 비난 여론이 쇄도하자 이 학과 학생대표는 해당 커뮤니티에 공식 사과문을 올렸다. 그는 “동아리 창설을 기념해 고사를 지냈는데 이 행사의 하나였다. 선배들이 군기를 잡으려는 취지가 아니었고, 참석을 강요하지도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어 “상처받았을 신입생과 가족께 죄송하다. 액땜이라는 전통 아닌 전통은 이후 절대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진상 조사에 착수한 대학 측은 “빨리 사실관계를 확인해 학칙에 따라 엄벌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최근 서울의 한 사립대 의학전문대학원 학생들이 후배 군기를 잡는다며 머리 위에 술을 붓거나 바닥에 머리를 박도록 지시해 논란이 일었다. 지난해 3월 강원도의 한 대학에서도 예비역 선배들이 군기를 잡는다며 시내 번화가에서 후배들의 하의를 벗게 한 사실이 사진과 함께 SNS에 폭로되기도 했다.

부산=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막장#신입생환영회#오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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