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후 6시 10분경 광주 광산구 월계동 한 아파트 4층. 초등학교 1학년 장모 군(8)은 현관문 주변에서 펑하는 소리와 함께 불길이 치솟는 것을 봤다. 장 군의 어머니는 잠시 외출해 장 군 혼자 집에 있었다. 그는 어린나이에 대견하게 두려움을 이겨내며 물을 쏟아 붓고 진화하려했으나 실패했다.
장 군의 신속한 대처에도 불길은 삽시간에 번졌다. 설상가상 현관문으로 탈출하기 힘든 상황이 되자 베란다로 피신했다. 이때 아파트 건너편 상가 자영업자 최모 씨(60)가 화재연기를 보고 119에 신고했다.
장 군이 베란다로 피했지만 치솟는 화염에 목과 등 왼쪽에 2도 화상을 입을 정도로 불길은 거셌다. 장 군이 절박하게 도움을 요청하는 소리를 이웃들이 들었다. 아래층에 살던 주민 이모 씨(32·자영업자)는 잠시 외출을 하던 중 장 군의 절박한 외침을 듣고 뛰어올라갔다. 인근 다른 아파트에 살고 있는 백모 군(19) 등 취업준비생 2명과 자영업자 1명도 화재가 난 것을 알고 4층으로 달려갔다. 이들은 아파트 현관문을 부수려했으나 실패했다.
현관문 진입이 불가능한 것을 느낀 이 씨와 백 군 등 3명은 내려가 3층 베란다 난간에 함께 섰다. 이 씨가 4층 베란다에서 내려오는 장 군을 받았고 그의 팔, 다리를 백 군과 백 군 친구가 잡아 줬다. 3명이 베란다 난간에 동시에 올라가 펼치는 위험한 구조작전이었다.
이 씨 등의 사투가 끝난 직후인 같은 날 오후 6시 22분 119소방차가 도착해 진화작업이 시작됐다. 화마는 72㎡ 아파트 내부를 모두 태워 소방서 추산 2168만 원의 재판피해를 내고 20여분 만에 완전 꺼졌다.
광주 광산소방서는 화재는 현관문 인근 멀티 탭에서 누전이 생겨 옆에 있던 휴지통, 쓰레기봉투, 책으로 번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27일 밝혔다. 구조된 장 군은 흉터가 남지 않을 정도의 가벼운 화상을 입었다. 화마로 집을 잃은 장 군 가족들은 현재 친척 집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광산소방서 한 관계자는 “장 군이 주민들에 의해 구조되지 않았다면 인명피해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한편 광주시는 장 군을 구조한 시민들에게 표창장을 주는 것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장 군의 아버지는 구조에 참여한 시민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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