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림빵 뺑소니범’ 음주운전 결국 무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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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당시 소주 4병 마셨다” 자백했는데도…
“19일만에 잡혀 혈중알코올 추정 불가”… 대법, 뺑소니 혐의만 징역 3년 확정
‘음주단속 땐 도주’ 나쁜 선례 우려… “처벌 강화” 여론과도 동떨어져

‘크림빵 뺑소니’ 사건의 범인에게 징역 3년형이 확정됐다. 그러나 술을 마셨다는 자백에도 불구하고 끝내 음주운전 혐의는 무죄가 선고돼 논란이 일고 있다.

대법원 3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24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차량 등의 혐의로 기소된 허모 씨(38)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허 씨는 지난해 1월 10일 새벽 충북 청주시의 한 도로에서 길을 건너던 강모 씨(당시 29세)를 치어 숨지게 한 뒤 도주했다. 신혼이었던 강 씨는 화물차 운전을 마치고 임신 7개월의 아내에게 줄 크림빵을 사서 귀가하던 중이었다. 이 사연이 알려지면서 국민적 공분이 일었고, 부담감을 이기지 못한 허 씨는 사고 19일 만에 자수했다.

허 씨는 경찰 조사에서 사고 전 소주 4병을 마셨다고 진술했다. 함께 술을 마신 직장 동료도 이런 사실을 증언했다. 검찰은 이를 바탕으로 허 씨의 혈중알코올농도를 0.162%로 추정했다. 음주량과 몸무게 등을 고려해 혈중알코올농도를 계산하는 ‘위드마크 계산법’에 따른 것이었다.

그러나 1심부터 음주운전 혐의가 논란이 됐다. 1심 재판부는 “허 씨가 도주 19일 만에 붙잡혀 사고 당시의 혈중알코올농도를 추정할 수 없었다”며 증거 부족을 이유로 음주운전 혐의에 무죄를 선고했다. 위드마크의 증거 효력을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검찰은 항소심에서 혈중알코올농도 ‘0.1% 이상’으로 공소장을 변경했지만 판결은 바뀌지 않았다.

이번 판결을 보는 시선은 엇갈린다. 법조계에서는 위드마크의 증거 효력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앞서 항소심 재판부도 “위드마크를 피고인에게 극단적으로 유리하게 적용하면 혈중알코올농도를 0.035%로 추정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반면 경찰은 음주운전을 한 뺑소니 운전자에게 면죄부를 줄 가능성을 우려했다. 경찰 관계자는 “법원이 직접적인 증거만을 요구하며 너무 엄격하게 판단하는 것 같다”며 “이번 같은 사건에서는 범인의 진술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누리꾼도 “결국 술 마시고 운전하다 단속 경찰을 보면 도망치거나 측정을 끝까지 거부하면 된다는 것 아니냐”며 비판적이다.

2010년부터 5년 동안 발생한 뺑소니 교통사고 중 29.7%(1만5741건)가 음주운전에서 비롯됐다. 운전자가 음주 사실을 들킬까봐 달아났거나 만취해 사고 사실을 몰랐던 경우다. 최근 음주운전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지면서 경찰은 단속 기준을 0.05%에서 0.03%로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검찰도 음주운전 사망사고 때 처벌 수위를 높이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박성민 min@donga.com·배석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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