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 커플석 노려 가방만 몰래 ‘슬쩍’…20대男 구속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23일 18시 14분


“오빠, 내 가방 어디 갔어?”

지난달 21일 서울 영등포구의 한 영화관에서 남자친구와 함께 영화를 본 A씨(30·여)는 영화가 끝난 후 주변이 환해져서야 좌석 아래 둔 가방이 사라진 것을 깨달았다. 커플석에 앉았던 A 씨는 남자친구와 함께 영화에 집중하느라 범인의 인기척도 느끼지 못했다.

어두운 영화관에서 커플석만 노려 관람객의 가방을 몰래 훔친 20대가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야간주거침입절도 혐의로 이모 씨(27)를 구속했다고 23일 밝혔다.

이 씨는 지난달 21일부터 이달 5일까지 저녁 시간대에 영등포구의 한 영화관에 몰래 들어가 세 차례 관람객의 가방을 훔쳐 현금 47만 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씨는 영화관의 구조를 미리 파악하고 범행을 저질렀다. 이 영화관의 커플석은 일반석과는 달리 상영관 가장 뒤편에 배치돼있다. 바닥과 커플석 사이에는 손을 집어넣어 물건을 빼낼 수 있을만한 공간이 있었다. 이 씨는 영화가 시작돼 상영관이 어두워지면 몰래 들어가 커플석 뒤편을 돌아다녔다. 휴대전화 전등으로 바닥을 살피다 가방이 보이면 손을 뻗어 들고 나와 현금만 챙기고 가방은 버렸다.

경찰 조사 결과 이 씨는 1층에서 영화관으로 통하는 비상구가 항상 열려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 관람권 없이 입장할 수 있었다.

특히 커플석은 두 사람이 함께 앉을 수 있어 연인들이 이용하는데, 나란히 앉아 영화에 집중하는 연인들은 등 뒤에서 벌어지는 범행을 눈치 채기 어려웠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폐쇄회로(CC)TV로 이 씨의 인상착의를 확인한 뒤 또 이곳을 찾아 훔칠 가방을 찾던 그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경찰 관계자는 “커플석에서 영화를 관람할 때는 반드시 소지품을 무릎 위에 놓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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