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권영민]‘부모 되기 교육’이 필요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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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5년새 5배 증가… 가족해체의 한 단면… 부모 책임 방기, 심각 수준
아이 낳아 기르는 교육, 가정에만 맡기지 말고 사회제도와 연계해야

권영민 문학평론가·단국대 석좌교수
권영민 문학평론가·단국대 석좌교수
최근 보도된 ‘원영이 사건’을 보면서 대부분의 부모들이 크게 분노하고 있다. 자신이 낳아 키우는 아이를 죽이고 이를 은폐하려 했던 끔찍한 사건이 연이어 일어나는 것에 모두 걱정을 한다. 가정에서 자녀를 보호하고 잘 키워야 하는 부모들이 남모르게 어린 자녀를 학대하면서 죽음으로 내몰고 있었다니 참으로 통탄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최근 5년 동안 아동 학대 사건이 다섯 배 이상 증가했다는 보도 내용도 놀랍다. 특히 그 가해자가 대부분 부모였다는 사실을 함께 접하면서 피폐해가는 우리 사회와 허물어져 가는 가족 문제의 한 단면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불편하다.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자녀 학대 문제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이유를 찾고 있다. 가족 구성원 사이의 불화와 갈등이 언제나 첫째로 손꼽힌다. 자녀 양육에 대한 부모들의 그릇된 태도를 지적하는 전문가도 많다. 어떤 경우에는 부모의 정서적 욕구 불만이나 알코올 중독 등이 자녀 학대로 이어진다고 판단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사실들보다 먼저 따져보아야 할 근본 문제는 부모로서의 책무에 대한 무지(無知)와 방기(放棄)가 심각한 상태에 놓여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점이다.

부모가 되어 자기 아이를 가진다는 것은 어디에 비교할 수 없이 크고 소중한 기쁨이다. 그렇지만 여기에는 어린아이가 잘 자라나도록 보호하고 양육해야 하는 부모로서의 의무가 뒤따른다. 어린 생명이 자라서 올바른 사회인이 될 수 있도록 돌봐야 하는 것은 부모가 맡아야 하는 사회적 책임에 해당한다. 이 책임을 망각하면 아이는 아이대로 방치되어 문제아가 되고, 부모는 부모대로 고달픈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게 된다. 그래서 아이를 낳아 키우기가 힘들고 올바른 부모 노릇 하기가 정말 어려운 것이다.

미국의 경우 대부분의 도시에서는 부모가 되려는 성인들을 상대로 하는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여러 단계로 구성되어 있는 이른바 ‘부모 되기 교육(parenting education)’ 프로그램이 바로 그것이다. 이 교육 과정은 이수자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루어진다. 아이를 갖기 위해 준비하는 젊은 부부들은 대개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부모가 되기 위한 준비 과정, 태아의 건강과 임산 과정에 대한 올바른 지식, 출산에 따른 법적 제도적 지원 절차, 유아의 성장과 발달 과정에 따른 육아 지식, 아동의 질병과 건강 문제 등을 단계별로 강의한다. 참가자들은 이 프로그램의 내용에 따라 부모로서의 역할과 그 책무를 익혀 나간다. 그리고 단계별로 과정을 이수하면 일정한 점수를 취득한다.

여기서 얻은 점수를 가지고 유아에게 필요한 기저귀, 우유 등은 물론 각종 유아용품과 교환이 가능하다. 그러므로 미국의 초보 부모들은 임신 초기부터 야간이나 주말에도 진행되는 이 교육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하면서 다른 사람들과 새롭고 유익한 정보를 나누게 된다. 그리고 하나의 생명을 키워야 하는 자기 책임을 깊이 깨닫고 사회적 유대감도 키워 나가는 것이다.

이제 우리도 부모의 책임과 역할을 가정 안에만 묶어 두어서는 안 된다. 바람직한 ‘부모 되기’ 교육을 사회보육제도와 연계하여 정착시키고 이를 확산시켜야 할 단계에 이르렀다고 생각한다.

한 가정 안에서 부모가 된다는 것은 자신의 혈육이 생겨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부모라는 지위는 대부분의 경우 별다른 준비가 없어도 아이를 갖게 되면 쉽게 얻는다. 아이를 낳아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에 대한 지식도 별로 없고 그 책임도 알지 못하면서 엄마 아빠가 된다는 말이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올바른 부모가 되기 위한 준비 과정을 제대로 교육할 필요가 있다. 부모가 되는 것의 의미와 사회적 책임을 바르게 인식할 수 있도록 가르쳐야만 한다. 자기 역할과 책임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부모가 어찌 그 자녀를 건전하게 키울 수 있겠는가.

권영민 문학평론가·단국대 석좌교수  
#원영이 사건#부모 되기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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