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집나간 엄마 보고싶다는 9세 아들을…

  • 동아일보

40대 “정신질환 유전될까 봐” 살해… 숨진 아들 다리 베고 자다 범행 들통

설날 경남 창녕에서 정신질환이 있는 40대 아버지가 베트남 출신 부인과의 사이에서 낳은 9세짜리 초등학생 아들을 살해했다. 아들이 몇 년 전 가출한 베트남인 어머니가 보고 싶다며 보채는 상황에서 자신의 정신병이 아들에게 유전될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겹쳐 빚어진 참극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경남 창녕경찰서는 9일 잠든 아들의 얼굴에 비닐봉지를 씌운 뒤 입과 코를 막아 숨지게 한 혐의(살인)로 이모 씨(49)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 씨는 8일 오후 1시경 창녕군 대합면 자신의 집 작은방에서 점심을 먹고 잠이 든 아들의 얼굴에 비닐봉지를 씌워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씨의 범행은 설날인데도 큰집에 차례를 지내러 오지 않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사촌동생(44)이 이 씨의 집을 방문하면서 알려졌다. 당시 이 씨는 숨진 아들의 다리를 머리로 베고 잠들어 있었다. 이 씨와 10년 전 결혼한 부인은 아들 하나를 낳아 기르다 4년 전 가출했다. 별다른 돈벌이가 없어 국민기초생활보장수급자로 지정된 이 씨는 아들, 노모와 함께 생활해왔다. 당시 노모는 서울 큰아들 집에 간 상태였다.

이 씨는 경찰에서 “10년 전부터 매달 한 번씩 대구의 한 병원에서 정신분열증 치료를 받고 있다”며 “질병이 유전될까 봐 걱정돼 범행을 했으나 지금은 아들이 많이 보고 싶다”고 진술했다.

이 씨는 범행 전 아들에게 수면제 4알을 먹였고, 자신도 3알을 먹은 것으로 조사됐다. 자살 의도가 있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수면제는 이 씨가 복용하는 약에서 따로 분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가족과 이웃의 말에 따르면 평소 아버지와 아들은 사이가 좋았고 학대나 폭력의 흔적도 없었다”며 “아들은 학교에서도 착하고 성실하게 생활했던 것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경찰은 이 씨의 정신질환과 범행 간의 관련성을 조사하기 위해 정신감정을 의뢰하고, 정확한 사망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부검을 하기로 했다.

창녕=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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