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고미석]‘괄목홍대’와 아리랑TV 사장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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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참 자상한 아버지였다. 작년 5월 미국 출장을 갔을 때 공교롭게도 유학 간 아들의 졸업식과 겹쳤다. 그래서 졸업식도 참석하고 아들 친구를 불러 모아 한 끼에 1000달러 넘는 돈을 법인카드로 긁었다. 9월 뉴욕 출장은 공교롭게도 가족여행이랑 겹쳤다. 그대로 묻힐 뻔한 가족사는 마침 이 집 딸이 인스타그램에 ‘#아빠출장따라오는#껌딱지#민폐딸’이란 글과 인증샷을 올리면서 알려졌다. 이때도 아버지는 법인카드로 캐비아를 곁들인 100만 원대 식사를 누군가와 즐겼다. 한데 출장비 정산에서 식사 파트너로 적어낸 외교관이 금시초문이라 말하는 바람에 아버지의 거짓말은 들통났다.

▷‘호화출장’ 논란으로 어제 문화체육관광부가 사표를 수리한 아리랑TV의 방석호 전 사장의 얘기다. 다정도 병이라더니 자상해도 너∼무 자상했던 아버지는 불치의 도덕불감증 때문에 물러났다. 작년에 썼던 국내 업무추진비와 영업활동비 중 상당 금액을 자택이 있는 청담동에서 긁은 점도 수상쩍다. 아리랑TV는 해마다 몇십억 원 적자를 내는 바람에 설립기금이 바닥날 위기에 처해 있다.

▷재작년 홍익대 출신에 홍익대 광고홍보대학원장을 지낸 김종덕 문체부 장관의 취임 이후 괄목상대(刮目相對)를 빗댄 ‘괄목홍대’란 말이 나돌았다. 영화진흥위원장 등 산하 기관장 자리를 홍대와 인연 있는 인사들이 줄줄이 차지한 탓이다. 방 전 사장도 홍대 법대 교수 시절 사장으로 발탁된 괄목홍대 중 한 명이다. 작년 초 본보가 이런 사실을 지적하자 문체부는 “장관 취임 후 임명한 공공기관장 중 홍익대 출신(학부 기준)은 1명뿐”이라고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렸다. 방 전 사장을 홍대 출신으로 치지 않은 건 물론이다.

▷문체부가 방 전 사장의 사표와 상관없이 부적절한 출장경비 사용과 지출결의서 위조 의혹에 대해 특별조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과연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임명권자와 같은 괄목홍대 아닌가. 이 정부가 공공 부문 개혁을 외치려면 낙하산 사장부터 걸러내는 것이 급선무다. 아니면 낙하산을 보내는 장관을 날리든지.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
#아리랑tv#방석호#호화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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