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의 한 구치소에서 올여름을 보낸 40대 남성 A 씨는 밤마다 다른 수감자들의 발 사이에 머리를 둔 채 잠들어야 했다. A 씨가 수감됐던 12.87m²(약 3.9평) 크기의 방은 9명이 정원인데 수감자가 넘쳐 11명이 함께 지내야 했고, 어떻게든 누울 자리를 만들기 위해선 수감자끼리 머리와 발을 교차해 지그재그로 자야 했다. 잠결에 뒤척이다 다른 수감자 얼굴을 발로 차는 일이 빈발하다 보니 싸움도 잦았다. 모두 누운 상태에선 발 디딜 공간조차 없어 화장실도 가지 못했다.
현 정부 들어 수감자가 급증하고 있지만 구치소와 교도소 등 교정시설 여건이 이를 감당하지 못하면서 ‘교화(敎化)’라는 교정 본연의 목적이 무색해지고 있다. 극히 좁은 공간에 정원이 초과된 상태로 장기간 수감생활을 이어가다 보니 서로 예민해져 수감자끼리 다툼은 물론이고 사고도 잦다고 한다.
법무부에 따르면 전국 53개 교정시설 정원은 4만6600명. 하지만 8일 현재 수용자 수는 5만4842명으로 정원을 17.7%나 초과한 상태다. 정원의 50%를 초과한 곳도 6곳이나 된다. 의정부교도소는 정원보다 63.8%, 대구구치소는 62.8%, 인천구치소는 59%나 초과해 사실상 정상 운영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공간 부족으로 2인실을 5인실로 바꿔 8명이 생활한다는 얘기도 있다. 정원이 8명인 방에서 13명이 지냈다는 한 수감 경험자는 “아무리 죄수라지만 동물보다 못한 처우를 받아 스트레스가 극심했다”고 말했다.
교정시설 포화 사태는 현 정부 들어 엄정한 법 집행을 강조하면서 ‘일단 가둬 놓고 보자’는 수감 위주의 정책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많다. 교정시설 수용자는 2006년 4만6271명 이후 지속적으로 4만 명대를 유지하다가 현 정부 들어 급증해 지난해 5만 명을 넘어섰다. 올해에는 5만5000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현 정부 출범 직전인 2012년 말(4만5671명)과 비교하면 수감자가 1만 명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경찰서장 출신인 박상융 변호사는 “강화된 가석방 기준 때문에 풀려나는 사람은 준 데 반해 경기가 좋지 않아 절도범 같은 생계형 범죄자가 많이 구속되면서 벌어진 일”이라고 말했다.
현재의 교도소 과밀화 상황이 임계점에 이른 만큼 결국 현 정부 들어 과도하게 엄격해진 가석방 기준을 낮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가석방 출소자는 현 정부 출범 첫해인 2013년 6201명, 2014년 5394명, 올해는 4957명(11월 말)으로 계속 줄어 과거 30%대를 유지했던 가석방 비율이 20%대 초반까지로 떨어졌다. 일본은 가석방 비율을 50% 정도로 유지하고 있다. 법무부가 ‘형 집행률 90% 이상’으로 강화했던 가석방 심사 기준을 80%대로 낮춰 지난달 30일 수형자 538명을 가석방했지만 이 정도로는 교도소 과밀화를 해소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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