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초였다. 한 장의 보도사진을 접하는 순간, 숨이 턱 막혔다.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 성일중학교 체육관, 어머니들이 무릎을 꿇고 앞에 앉은 사람들에게 눈물로 호소하는 모습의 사진이었다. 그들은 발달장애학생의 어머니들이었다. 그 앞에는 성일중 학부모들과 인근 주민들이 가슴에 띠를 두르고 앉아 있었다. 사진 속에서 어머니들은 “우리 아이들을 위한 직업훈련센터를 지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호소했다. 그 처연한 상황에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았다.
당시 상황은 발달장애학생을 위한 직업능력개발센터 건립을 둘러싼 논란에서 비롯됐다. 사연은 이러하다. 지난해 서울시교육청은 장애인고용공단과 함께 성일중 교내의 비어 있는 일부 공간에 발달장애학생들을 위한 직업능력개발센터(서울커리어센터)를 설립하기로 확정했다. 올해 초 본격적인 건립 작업에 들어갔다. 그런데 7월경 인근 주민들이 반대하기 시작했다. 시교육청은 이후 수차례에 걸쳐 주민설명회를 개최했다. 하지만 주민들의 반대는 수그러들지 않았다. 9월부터 공사는 중단됐다. 학교 앞에는 발달장애인과 학생은 함께 어울릴 수 없다는 내용의 현수막이 내걸렸다. 일부 주민들은 시교육청 정문 앞에서도 반대 시위를 했다.
반대 이유는 이렇다. “장애인은 우발적인 행동을 할 수 있어 성일중 학생들에게 피해가 올 수 있다”, “발달장애학생 직업센터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중학교 안에 들어서기 때문에 반대하는 것이다”, “40세 이상 장애인도 직업교육을 받는다는데, 중학교는 중학생을 위한 교육기관이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표현은 다르지만, 솔직하게 말하면 장애인이 싫다는 것이다.
“2014년에 사업을 확정해 놓고 주민들에게 미리 알려주지 않고 교육청이 일방적으로 진행했다”는 반대 주장도 나왔다. 서울시교육청이 사전에 적극적으로 알려 대화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서울시교육청이 추진 과정에서 주민 설득에 소홀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도, 일부 주민들의 이 같은 주장은 핑계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진실하지 않은 주장이다.
전국의 장애학생은 약 8만8000명이다. 이 가운데 특수학교를 다니는 학생은 2만5000여 명에 불과하다. 장애학생이 일반 학교에 다니면서 비장애학생들과 어울리면 좋겠지만 상황이 만만치 않다. 특수학교가 필요한 이유다. 하지만 서울에 특수학교가 생긴 것은 2002년이 마지막이다. 그 후 서울시교육청은 13년 동안 특수학교를 세우려 했지만 번번이 건립 예정지역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혔다. 주민 설명회를 개최하면 “차라리 쓰레기 소각장이 들어서는 것이 낫다”는 말까지 나오기도 했다. 장애인이 쓰레기만도 못 하다고 생각하다니, 장애인이 비장애인 아이들의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다니. 참으로 무서운 일이다. 이것이 우리 시대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다행스럽게도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성일중 인근의 모든 주민이 서울커리어센터 건립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최근 들어 서울시교육청과 주민들의 토론이 거듭되면서 반대 의견을 접고 건립에 찬성하는 주민이 늘고 있다고 한다. 아직 조심스러운 단계이지만, 건립 공사가 재개되었다는 소식도 들린다.
무릎 꿇고 눈물 흘린 발달장애학생 어머니들의 상처. 우리 사회는 그 상처를 치유해야 할 의무가 있다. 이를 위해서라도 서울커리어센터는 예정대로 무사히 건립되어야 한다. 그 건립 과정은 우리 아이들을 위한 진정한 교육이 될 것이다. 공존의 교육 말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