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0대 과학자로 인정받는 데니스 홍 교수(뒷줄 오른쪽에서 네 번째)가 4일 인천 서부소방서에서 어린이들과 소방관 일일체험을 한 뒤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김영국 동아닷컴 객원기자 press82@donga.com
“소방 현장체험을 해보니 장비가 보통 무거운 게 아니네요. 사람들을 이롭게 할 수 있는 따듯한 기술로 재난구조 로봇을 계속 선보이겠습니다.”
세계가 주목하는 로봇공학자인 데니스 홍(홍원서·44)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교수가 5일 인천 서부소방서를 찾았다. 홍 교수는 방화복을 입고 일일 소방관 체험을 한 뒤 소방서 4층 대강당에서 소방관 가족과 어린이들에게 ‘안전을 향한 미래의 꿈 이야기’라는 주제로 특강을 했다. 그는 미 해군 함정에 공급하는 화재 진압용 인공지능 로봇 개발에 성공했고, 일본 후쿠시마 원전 피해 현장의 핵 연료봉 제거에 투입할 작업 로봇에 대해 조언해 주고 있다.
홍 교수는 이날 서부소방서에 도착하자마자 소방차 차고지에서 방화복과 공기호흡기를 착용하고 출동 태세를 갖췄다. 랜턴, 로프, 절단기, 도끼, 경보기 등 개인 안전장비를 모두 갖추면 20kg에 달하지만 홍 교수는 최소한의 옷차림으로 30분가량 소방체험에 나섰다.
먼저 철재를 끊고, 벌릴 수 있는 유압압착기와 전개기를 들고 구조작업에 나섰다. 30t 무게를 들어올릴 수 있는 에어백도 작동해 보았다. 교통사고 현장에서 공기 부양을 통해 높이 40cm까지 차량을 들어올려 밑에 깔린 피해자(마네킹)를 구출하는 훈련이었다. 또 맨홀 등 좁은 공간에 고립된 피해자를 구하는 로프 승강기를 통해 어린아이를 들어올리는 작업도 체험했다.
그는 이어 손에 들고 있으면 몸이 뒤로 밀리면서 최고 압력 25kg까지 느낄 수 있는 소방호스로 진화작업을 했다. 호스와 연결된 소방차 내 가압펌프를 최고수위로 올리면 직선거리 30m까지 물을 내뿜을 수 있다. 홍 교수는 소방관들이 일상적으로 하는 일들을 체험하면서 연신 비지땀을 흘렸다. 그는 “소방작업이 이토록 힘들 줄 몰랐다”며 혀를 내둘렀다.
현장체험이 끝난 뒤 홍 교수와 박을룡 서부소방서장이 로봇 가면을 쓰고 강연장에 들어섰다. 300석의 강연장을 가득 메운 어린 학생들이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홍 교수는 영화 ‘스타워즈’를 보고 과학자의 꿈을 키운 어린 시절을 소개한 뒤 자신이 개발한 로봇 이야기를 알기 쉽고 진솔하게 들려줬다.
“2004년부터 센서를 통해 얻은 정보를 인공지능으로 인식해 자율적으로 판단하고 움직이는 로봇을 개발하기 시작했어요. 축구하는 로봇의 경우 2050년까지 완벽한 팀을 구성해 인간 월드컵대회 우승팀과 시합을 벌인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그는 힘세고, 빠르고, 영민한 ‘다윈’ 로봇 시리즈를 꾸준히 내놓고 있다. 또 자신이 개발한 로봇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관련 노하우를 모두 인터넷에 공개해 누구나 유사한 로봇을 만들도록 하고 있다. 홍 교수는 강연에서 “지식재산권을 무료로 공개하는 데 반대하는 의견도 있었다. 그러나 공개 이후 지난해 1년 만에 300대의 다윈 로봇이 제작됐고, 이젠 그 수가 얼마나 되는지 모른다”고 소개했다.
평소 로봇에 관심이 많았던 서부소방서 소방관인 권성재 씨(40)가 6월 홍 교수와 직접 접촉해 그의 인천 방문을 성사시켰다. 권 소방관은 “홍 교수가 연구실을 벗어난 현장체험의 필요성에 목말라 있었다”며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들어설 소방안전체험관이 개관하면 로봇을 전시하고 재난로봇 강연도 하는 코너를 만들어 주기로 약속했다”고 전했다. 홍 교수는 “이번 현장체험이 집, 빌딩 등 실생활에서 활용할 재난구조로봇을 개발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