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2020년까지 100억 지원… 서울숲 주변에 1만㎡ 클러스터
패션-구두 창업학교, 쇼룸 등 조성
‘성수동’ 하면 가장 먼저 ‘구두’가 떠오르던 때가 있었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 일대가 제화업의 ‘메카’로 떠오른 1980∼1990년대다. 1960년대 서울역 인근 염천교에 자리 잡은 구두공장과 구두 가게들이 조금씩 성수동으로 옮기더니 외환위기를 전후해 대거 성수동으로 몰려왔다. 한때 수제화의 40% 이상이 이곳을 거쳐 전국으로 유통되기도 했다. 하루에 1만 켤레 이상이 팔릴 정도로 전성기를 누렸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외국산 저가 구두의 공세에 밀려 ‘성수동 구두’는 서서히 경쟁력을 잃고 쇠락의 길을 걸었다.
최근 성수동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비좁은 구두공장 자리에 젊은 예술가와 디자이너, 사회혁신 기업들이 하나둘 모여들면서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이에 따라 서울시가 성수동의 지역특화산업을 강화하고 청년들의 혁신활동 지원에 나선다. 이를 위해 성동구와 내년 20억 원을 시작으로 2020년까지 100억 원 규모의 사회적경제 활성화 기금을 조성한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 같은 내용의 ‘성수 사회적경제특구 육성 계획’을 22일 발표했다. 영세업체들은 다양한 협업을 통해 ‘체력’을 키우고 청년들의 혁신활동은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는 것이 목표다.
우선 2018년까지 서울숲 인근에 특화산업종합지원센터 등 1만 m² 규모의 특화산업 클러스터가 조성된다. 자본이 부족한 업체들이 저렴한 가격에 사무실을 빌려 쓸 수 있다. 이곳에는 수제화 제작 및 가공에 필요한 기술을 배울 수 있는 기술창업학교를 비롯해 공동작업장, 아웃렛 판매장 및 쇼룸, 복합문화공간, 지원시설 등이 들어선다. 또 개별적으로 진행하기 어려운 홍보와 마케팅, 특화시장 개척 등도 협동조합 형태로 추진된다. 지역 내 대학과 기업 등이 참여하는 ‘성수종합상사’의 설립과 발전도 돕는다. ‘청년활동지원센터’도 설립해 청년혁신가 50개 팀 이상을 배출할 예정이다.
환경·상생 같은 사회적 가치를 디자인에 담아내는 디자이너와 업체를 매년 선정해 제품 개발비도 준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작품으로 가방을 만들어 판매한 ‘마리몬드’, 종이옷걸이를 제작해 환경파괴를 막고 노숙인을 고용해 일자리를 창출한 ‘두손컴퍼니’가 대표적이다. 박 시장은 “수제화 및 봉제산업의 기반을 강화하고 디자인 제품이나 보석, 패션잡화가 성장하면 성수동은 동대문 못지않은 패션 특구가 될 것”이라며 “청년을 중심으로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다면 쇠퇴해가는 지역경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성동구는 8월에 서울시로부터 ‘사회적경제특구’에 지정돼 사업비 5억5000만 원을 지원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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