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강간은 성폭행 아니다? 학생 성교육 표준안 논란

  • 동아닷컴
  • 입력 2015년 8월 26일 16시 09분


동아일보 DB
동아일보 DB
교육부가 올해 처음으로 만들어 학교 현장에 배포한 ‘국가 수준의 학교 성(性)교육 표준안’이 시대를 역행하고 인권침해적 내용을 담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남은주 대구지역 성교육협의회 공동대표는 26일 라디오 ‘한수진 SBS 전망대’와 인터뷰에서 교육부의 성교육 표준안에 대한 문제점을 짚었다.

남 대표는 “국가가 성교육에 관심, 이것을 규정으로 만들었다는 것에는 환영할 만하다. 문제는 어떤 관점 내용으로 돼 있느냐다”라며 “교육부가 이 표준안은 만드는데 2년 정도 시간이 걸렸고 6억 원의 예산을 썼다”고 운을 뗐다.

이어 “교안 전체를 분석해 봤다. 기본적인 개념에 대한 오류나 그밖에 현장에서 활동하면서 지금까지 나와 있던 교안 내용을 뒤집거나 성차별적 서술, 성폭력과 관련해 아주 잘못된 내용이 많았다”고 비판했다.

기본적인 개념 오류에선 “성을 영어로 ‘sex and the sexuality’라는 용어로 정리된 지 몇 십 년이 지났다”라며 “고등학교 지도안에 ‘sexuality’라는 단어를 ‘sex ality’라는 생소한 용어를 쓰고 있어서 오타인 줄 알았다. 그런데 전체에 이런 오류들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이 외에도 학생의 발달단계를 고려하지 않은 점, 남녀의 성별 규범 강화, 성소수자 배제 등을 문제점으로 지목했다.

그는 “대상별 내용과 발달단계에 맞지 않게 서술돼 있는 부분이 있다”면서 “엄마, 아빠 그리고 남성, 여성. 옷도 남성은 파랑, 여성은 분홍. 특히 여성 단체에서는 많이 비판하고 있는 이중 성별 규범을 강화하는 그런 내용들이 많이 들어 있다”고 전했다.

특히 남 대표는 ‘유사 강간’, ‘데이트 성폭력’을 다룬 부분에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유사 강간이 성폭행으로 인정되면서 형법에서 성폭력이 개정됐고 일반인도 성폭행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성폭력을 교안 자체에 ‘성기에 강제로 피해자의 생식기를 삽입하는 행위’로 한정했다”고 지적하면서 “‘유사 강간은 피해자가 19세 미만일 때 인정된다’고 돼 있는데 이건 성폭력특별법이나 형법에 어긋난 틀린 내용을 기술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데이트 성폭력에 대해서도 “‘데이트 비용의 불균형이 데이트 성폭력의 원인’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면 ‘남성 대신에 여성이 다 비용을 내면 성폭력이 발생하지 않을까’란 의문이 든다”면서 “학생들에게 이렇게 가르쳐서는 나중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청소년성문화센터가 현장에서 성교육을 담당하는 보건교사 207명을 대상으로 6~8월 표준안에 대해 조사한 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남 대표는 “보건교사들이 먼저 연수를 받고 동료 교사들에게 전달했을 때 반응이 어땠느냐고 했더니 71%가 ‘학생들의 발달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시대착오적’, ‘비현실적’이라고 답변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한편, 인권·교육단체 등으로 구성된 ‘2015년 교육부 국가 수준의 학교 성교육 표준안 철회를 위한 연대회의’는 24일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부의 표준안 전면 철회를 주장했다.

연대회의는 “교육부가 올해 2월 공개한 학교 성교육 표준안에 대해 시대를 역행하고 인권침해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는 질타와 민원이 국제인권단체를 비롯한 각계로부터 이어지고 있다”며 “표준안에 의한 교육 집행을 전면 중지하라”고 촉구했다.

백주희 동아닷컴 기자 juh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