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는 공기업 간부, 밤에는 프로 도박꾼 ‘이중생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4일 18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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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2일 광주 북구의 한 모텔. 한국도로공사 간부 이모 씨(51)가 5명과 판돈 400만 원을 놓고 포커도박을 했다. 당시 방에 있던 6명 가운데 4명이 한국도로공사 전현직 직원이었다. 이 씨는 포커 판에서 판돈 400만 원을 모두 땄다.

이 씨는 올 1월 22일까지 15차례 포커 도박에서 전부 이겨 판돈 7000만 원을 챙겼다. 이 씨가 15연승을 하자 돈을 잃은 도박가담자가 전문 타짜(사기 도박꾼) A 씨를 초빙했다. 이 씨는 전문 타짜도 이기고 돈을 땄다.

이 씨의 연승 비밀은 ‘비밀 카드’. 이를 눈치 챈 A 씨가 화장실에서 포커 카드 한 장을 발광다이오드(LED) 손전등으로 비춰보니 무늬와 숫자가 보였다. 이 씨가 형광물질이 칠해진, 속칭 목 카드와 무늬와 숫자를 읽을 수 있는 특수렌즈를 사용해 사기도박을 벌였던 것.

광주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상습 사기도박으로 벌인 혐의로 이 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이 씨가 낮에는 평범한 공기업 간부, 밤에는 특수 장비를 이용한 프로 도박꾼으로 이중생활을 한 것이다. 경찰은 또 2013년 10월부터 1년간 판돈 3억 3000만 원을 놓고 상습도박을 한 혐의 등으로 병원직원 B 씨(50) 등 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불구속 입건한 9명 가운데 한국도로공사 전현직 직원은 모두 5명이라고 밝혔다. 한국도로공사 직원들은 2012년 사무실 등에서 포커 도박을 하다 2013년부터 경제적 능력이 있고 도박을 즐기는 지인 4명을 끌어들여 모텔에서 범행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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