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대 지미카터 국제학부, 지미 카터 대통령이 인정한 알짜 국제학부, 어디?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4일 15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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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미 카터 전 미국대통령이 세계 처음으로 자신의 이름을 딴 전북대 지미카터국제학부 설립 소식에 환한 미소를 보이고 있다.
지미 카터 전 미국대통령이 세계 처음으로 자신의 이름을 딴 전북대 지미카터국제학부 설립 소식에 환한 미소를 보이고 있다.

전북대 지미카터 국제학부(Jimmy Carter School of International Studies). 전북대가 평화와 인권에 바탕을 두고 국제분쟁과 국제개발에 필요한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기존의 국제학부의 이름과 교과과정을 개편해 출범하는 학부다. 2016학년도부터는 새 학부 이름으로 신입생을 모집한다.

지미카터 국제학부는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이끄는 카터센터와 손잡고 민간차원의 인적 교류와 공동 연구를 하게 된다. 1982년에 설립한 지미카터 센터는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카터 전 대통령이 부인과 함께 설립한 세계적 NGO 단체. 그동안 어려운 이웃들에게 집을 지어주는 ‘해비타트’와 세계 평화와 갈등 해소, 민주주의적 인권 향상을 위해 노력해 왔다. 2015년 11월에는 카터 전 대통령 내외가 전북대를 방문해 국제법과 인권 분야 명예박사학위를 받을 예정이다. 전북대 이남호 총장은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방문과 카터 센터와의 공동 연구를 통해 전북대의 국제화와 평판, 인지도와 브랜드가 크게 향상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미카터 국제학부를 발판으로 아시아를 넘어 세계적 명문대로 도약하겠다는 것이 전북대의 의지다.

세계 도약의 지렛대가 될 지미카터 국제학부의 뿌리는 2013년에 만든 국제학부다. 한국 정부가 공적개발원조(ODA)를 늘려가는 과정에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개발원조 전문가’ 등을 포함한 글로벌 인재 양성이 목적이었다.

사실 국제학부(지미카터 국제학부)는 이 대학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2000년대부터 전국 각 대학에서 유행처럼 등장하기 시작해 현재 31개 대학이 운영하고 있을 정도로 ‘뜨고 있는’ 학과다. 국제학부의 목표와 교육 과정도 비슷하다. 한국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짐에 따라 글로벌 리더를 양성하겠다는 어슷비슷한 목표를 갖고 대부분 영어로 수업을 하거나 네트워크를 맺은 해외대학에서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점 등이 그렇다. 전북대 국제학부도 마찬가지다. 다른 대학처럼 영어수업과 해외연수 위주의 프로그램 등 외형적 특징은 비슷하다.

그러나 카터센터와 협약을 맺은 이후에 마련한 새로운 교과과정은 질적인 면에서 확연히 차이가 난다. 지미카터 국제학부 이세련 학부장의 말.

“커리큘럼은 국제관계·평화학, 국제법, 국제경영·경제, 인문교양의 4개 클러스터에 속하는 교과목들로 구성한다. 학생들은 130학점을 취득하면 국제학사 학위를 받는다. 또 4개 클러스터 교과목을 기반으로 교육부 주관 지방대학 특성화사업(CK-1)의 지원을 받아 국제개발협력 연계전공 과정도 만들었다. 이는 기존 국제학부의 핵심 목표인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국제개발협력전문가 양성’을 위한 과정으로, 학생들은 이 연계전공을 통해 추가로 학위를 받을 수 있다. 또 지미카터 센터와 연계해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철학을 바탕으로 인권·민주주의 증진과 인간중심적 분쟁 해결을 지향하는 ‘평화학’ 심화과정 혹은 트랙도 만들고 있다. 카터센터와 공동으로 해외인턴십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카터센터 내 현장 전문가들의 특강 시리즈도 마련해 카터센터의 축적된 경험과 노하우를 학생들이 공유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세련 교수는 국제개발 협력 분야에서 적극적 의미의 평화, 인간중심의 사고 같은 가치를 부여하지 않으면 효과적인 개발 협력과 실천이 불가능하다는 게 그동안 시행해온 국제개발 분야의 교훈이라고 설명했다. 지미카터 국제학부의 평화학과 국제개발협력학은 이런 교훈을 살리기 위한 상호보완적인 교과 과정이라고 말했다.

지미 카터 전 대통령도 전북대의 학과 운영 방침에 동의했기 때문에 자신의 이름을 쓰는 것을 허락했다. 조영철 교수는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이후 중국의 시안대학 등 다른 나라 대학들도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이름을 딴 학과를 설립하길 원했으나 모두 불허됐고,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전북대가 그의 승낙을 얻었다”고 말했다.

지미카터 국제학부는 지미 카터 스쿨 설치와 지미 카터 석좌교수제 운영, 지미 카터 기록실 구축에 들어갈 예정이다. 학생들이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을 기념하는 최초의 학부라는 자긍심을 갖도록 국제학부에 지급하는 장학금 중 일부를 ‘지미 카터 장학금’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지미카터 국제학부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질 수 있도록 각국 대통령 또는 저명한 재단들과 자매결연을 맺고 학생 인턴을 파견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국제개발원조를 집행하는 선진국들의 사례를 살펴보기 위해 현장 실습을 떠나는 학생들.
국제개발원조를 집행하는 선진국들의 사례를 살펴보기 위해 현장 실습을 떠나는 학생들.

학생들은 4개 정규 클러스트 외에 학기 중에 영어와 제2외국어 수업을 의무적으로 받아야 한다. 방학 중에는 학교의 지원으로 해외선진 공여국(供與國)과 개발도상 수원국(受援國)을 찾아 현장학습 프로그램에도 참여한다.

대표적인 사례로 2015년 1~2월에 있었던 학생 주도의 개발도상국 현장학습 프로그램을 꼽을 수 있다. 대학에서 배운 내용을 개도국 현장에서 직접 적용해보고 현장 전문가들로부터 배운 지식을 교과 수업에 반영하는 프로그램이다. 교수 1인과 학생 4명으로 구성한 현장 실습팀은 남미 페루와 볼리비아에서 빈곤 퇴치와 보건증진을 위해 한국이 지원한 ODA의 집행과정, 현황과 효과 등을 조사했다. 또한 남미의 정치발전, 빈곤, 인권 관계를 다각적으로 살펴보는 기회도 가졌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박다영 씨(3학년)는 “현지인 인터뷰, 실무자 특강, 방문 관찰 등을 통해 국제개발 이론과 현실 사이의 벽을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고민을 해보는 매우 소중한 기회였다”고 소회를 밝혔다.

학생들이 영어로 진행되는 전공 과목 수업을 듣고 있다.
학생들이 영어로 진행되는 전공 과목 수업을 듣고 있다.

국제학부답게 이 학부 학생들은 국제공용어인 영어에 능통해질 수밖에 없다. 지미카터 국제학부 이전의 국제학부 때도 100% 영어로만 전공 수업을 하는 곳은 전북대가 유일했다. 교수들은 1, 2학년 과정에서 배우는 핵심·필수교양 과목까지 가급적 영어강의를 들으라고 권유한다. 영어 수업을 따라가기 힘든 학생을 위해 정규 수업과는 별도로 토플(TOEFL) 강좌를 운영하고 있다. 학부를 졸업하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 이상의 공인영어 성적은 필수다. 또 제2외국어에 대한 졸업기준도 엄격하다.

힘들지만 알차게 공부하는 만큼 학생들에 대한 혜택도 적지 않다. 대학의 해외 인턴이나 교환학생을 선발할 때 이 학부 학생들은 우선권을 갖는다. 교환학생으로 해외 대학에서 이수한 학점도 모두 정규 학점으로 인정한다.
학부의 또 다른 장점은 외국인이 많다는 것. 외국인 학생수가 전체의 40%를 차지할 정도다. 2015학년도의 경우 외국인 학생수는 22명. 2016학년도 입학정원이 50여 명(외국인 포함)인 점을 감안하면 꽤 많은 인원이다. 한국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외국인 친구들과 어울리며 글로벌 마인드까지 키울 수 있다. 영국 랭커셔대학을 다니다 한국으로 유학 온 샘 노밍턴 씨(24)는 “모든 강의를 영어로 하기 때문에 수업에 불편이 없고 한국 베트남 필리핀 미국 독일 에콰도르 친구들까지 한 공간에서 만날 수 있는 등 다양한 문화를 접할 수 있는 게 큰 매력”이라고 말했다.

국제학부라는 이름으로 설립된 지 3년밖에 되지 않아 졸업생은 아직 없다. 이 교수는 졸업 후 진로는 크게 취업과 대학원 진학으로 나뉠 것이라고 말한다. 취업 쪽으로는 국제기구 외교부 글로벌기업 컨설팅회사 등 글로벌 인재를 필요로 하는 다양한 분야에서 일할 수 있다. 또 국립외교원이나 국내외 대학원(국제개발협력학·경제학·정치학·경영학), 로스쿨(국제법·통상법) 등에 진학해 전문성을 높인 뒤 관련 기관이나 회사에 취업할 수도 있다.

2015학년도의 경우 수시에서 20명, 정시에서 3명을 선발했다. 수시의 학생부종합 전형은 학생부 평균 등급이 3.2였고, 일반학생(교과) 전형은 2.8이었다. 정시(가군)는 수능 4개 영역에서 학생부 평균 등급이 2.9였다.

전주=안영배 콘텐츠기획본부 전문기자(동아일보 대학세상 www.daese.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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