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日 밀착, 美러 냉랭, 中日 긴장… 한국안보 ‘주변부化’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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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정평화재단 국제안보 콘퍼런스

27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동아일보 부설 화정평화재단, 한미안보연구회, 통일연구원 공동 주최로 열린 ‘한미동맹과 한반도 
평화통일 위한 국제협력방안’ 국제안보 콘퍼런스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미안보연구회 공동회장인 김재창 전 
한미연합사령부 부사령관(앞줄 왼쪽에서 일곱 번째)과 존 틸럴리 전 주한미군 사령관(김 회장 오른쪽), 이날 축사를 한 홍용표 
통일부 장관(김 회장 왼쪽), 방형남 화정평화재단 21세기평화연구소장(뒷줄 왼쪽에서 네 번째)의 모습이 보인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27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동아일보 부설 화정평화재단, 한미안보연구회, 통일연구원 공동 주최로 열린 ‘한미동맹과 한반도 평화통일 위한 국제협력방안’ 국제안보 콘퍼런스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미안보연구회 공동회장인 김재창 전 한미연합사령부 부사령관(앞줄 왼쪽에서 일곱 번째)과 존 틸럴리 전 주한미군 사령관(김 회장 오른쪽), 이날 축사를 한 홍용표 통일부 장관(김 회장 왼쪽), 방형남 화정평화재단 21세기평화연구소장(뒷줄 왼쪽에서 네 번째)의 모습이 보인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한국의 안보는 고립화, 왜소화, 주변부화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 빨리 대응하지 않으면 한국의 안보 환경은 더 악화될 것이다.”

통일연구원장을 지낸 김태우 동국대 석좌교수는 27일 한국이 처한 안보 위기를 이같이 경고했다. 이날 동아일보 부설 화정평화재단(이사장 이채주)과 한미안보연구회, 통일연구원이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공동 주최한 ‘한미동맹과 한반도 평화통일 위한 국제협력방안’ 국제안보 콘퍼런스에서였다.

김 교수는 ‘한국 안보정책의 주변부화’를 주제로 한 발표에서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북한 등 주변국 간 관계가 한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방향으로 빠르게 전개되고 있다는 논지를 펼쳤다. 경쟁이 심화되는 미중관계와 △중국에 대한 견제로 진행되는 미일동맹 강화 △해군 무력 증강 경쟁이 심화되는 중일관계 △2차 냉전 가능성이 나오는 미-러관계 △미일 동맹에 대한 견제를 위해 긴밀히 협력하는 중-러관계 △갈등의 한일관계 △북한의 핵무장과 관련해 “한국의 안보 지형을 결정하는 변수들에 한국이 어떻게 대응할지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런 안보 상황에서 북한은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고 미국이 한국을 군사적으로 돕거나 한국의 통일을 지원할 것으로 생각하기도 어렵다”며 “한국은 통일이 안 돼도 안보가 보장되면 살아갈 수 있지만 안보 없는 통일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세 가지 효과 때문에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첫 번째는 후광 효과(halo effect). 핵 보유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의 정치 권력 강화에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평준화 효과. 핵무기가 있으면 미국과 대등하게 일대일로 협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그림자 효과. 북한이 핵무기를 가졌다는 사실 때문에 한국이 북한의 군사적 도발에 위축되는 느낌을 갖는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이런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방법을 ‘한미동맹의 강화, 업그레이드’라고 봤다. 그는 “한미일 삼각 안보 협력 관계를 하루빨리 복구하고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의 한반도 배치에 대한 결정을 더는 늦추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미국을 두고도 “한국군이 구축하려는 ‘킬 체인(Kill Chain·북한의 핵 및 미사일 기지를 탐지 추적 타격하는 시스템)과 한국형미사일방어(KAMD) 체계보다 대북 억제력이 높은 군사적 역량을 가질 수 있도록 미국의 적극적인 협력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브루스 벡톨 미국 텍사스 앤젤로주립대 교수는 “한국이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체계에 하루빨리 가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그는 ‘증대하는 북한 위협과 한반도 안보에 대한 영향’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북한이 이미 고농축 핵무기 프로그램을 완성했고 핵탄두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탑재해 미국을 겨냥해 발사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벡톨 교수는 북한의 이런 군사력 증강이 “한국의 통일(준비) 정책에 대응해 한국과 절대 타협하지 않겠다는 선포의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권력을 완벽하게 장악하는 데 실패한 김정은이 군의 충성심을 확보하기 위해 군사력을 증강하고 있다”고도 했다.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이날 축사에서 “한미동맹은 한반도 평화와 안정의 핵심”이라며 “한미동맹이 군사동맹을 넘어 가치동맹으로 발전하는 만큼 인권 평화 환경 등 한반도 평화통일을 이뤄가는 데 중요한 가치를 지켜가기 위해 한미가 더욱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미안보연구회 공동회장인 김재창 전 한미연합사령부 부사령관은 개회사에서 “한반도 문제는 다변수 함수”라며 “북한의 리더십, 경제, 사회, 대외관계 등 가장 중요한 핵심 변수들이 최근 몇 년간 빠르게 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는 이 변화를 대(大)전략 차원에서 정확하고 깊이 있게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변화 속에 한국 국가안보의 핵심 과제가 들어 있고 이런 변화 속에 한반도 통일의 문을 열 열쇠가 들어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었다. 김 전 부사령관과 함께 공동회장을 맡고 있는 존 틸럴리 전 주한미군 사령관은 “한국에 처음 왔던 1996년에 북한 붕괴설이 많이 얘기됐다”며 “아직도 그런 얘기가 나오지만 북한 붕괴설이 (대북) 전략이나 희망이 돼서는 안 된다. 우리의 희망은 평화로운 통일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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