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남자랑 뭐했어…” 女상사가 女부하에 해도 ‘性희롱’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14일 15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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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 여직원에게 성희롱 발언을 한 여성 직장 상사가 위자료를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50단독 신영희 판사는 A 씨가 자신이 다니던 연구소와 당시 상사였던 B 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B 씨와 연구소가 5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고 14일 밝혔다.

A 씨는 지난해 4월 의학 분야의 한 연구소로 출근하게 됐다. 그는 출근 첫날 팀장인 B 씨에게서 “아기 낳은 적 있어? 무슨 잔머리가 이렇게 많아, 아기 낳은 여자랑 똑같아”라는 말을 두 차례 들었다. B 씨는 다음날에도 A 씨의 목덜미에 있는 아토피 자국을 보며 “어젯밤 남자랑 뭐 했어? 목에 이게 뭐야?”라고 말했다.

출근 사흘째 되는 날 근로계약서를 쓰는 과정에서 A 씨는 과장과 차장에게 각각 B 씨의 언행을 알렸지만 회사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B 씨가 다른 구직자에게 연락해 면접을 보라고 한 것을 알게 된 A 씨는 회사를 그만뒀다.

이후 A 씨는 같은 해 7월 연구소 인사팀에 B 씨의 부당한 언행을 알렸고, 연구소 측은 B 씨에게서 경위서를 받은 뒤 견책 처분을 했다. B 씨는 사과하며 5개월 치 월급을 지급하겠다고 말했지만 A 씨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A 씨는 B 씨를 고소하는 한편 “연구소와 함께 손해배상금 3000만 원을 지급하라”며 민사 소송을 냈다. B 씨는 모욕 혐의로 벌금 7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신 판사는 “B 씨가 사회 통념상 일상생활에서 허용되는 단순한 농담이나 호의적인 언동의 범주를 넘어 A 씨가 굴욕감이나 모욕감을 느끼게 했다”며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연구소 측은 매년 직장 내 성희롱 예방교육을 정기적으로 실시했고 A 씨가 퇴사 이후 문제를 제기했을 때에도 즉시 적절한 조처를 했기 때문에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신 판사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배석준 기자 eul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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