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동서남북]유승민, 지역구 정체성 고민할 때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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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권효·대구경북취재본부장
이권효·대구경북취재본부장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의 원내대표 사퇴와 관련해 지역구인 ‘대구 동을’을 취재하면서 유 의원이 지역구에 뿌리를 내리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3선의 중진 의원이지만 지역구에는 그만큼 친밀감과 안정감을 주지 못하는 느낌이었다.

원내대표 사퇴 후 전국적 인지도가 높아지고 여권의 대권 주자로까지 부각되면 지역구 주민들의 기대감이 높아지는 것이 인지상정인데 그런 분위기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주민들은 유 의원에게 가까움보다는 거리감을 보이는 경우가 많은 듯했다.

이는 유 의원이 국회의원이 되기 전까지 동을 지역에 연고가 없는 데다 3선을 하면서도 지역구를 제대로 품지 못했다는 시각이 많다. 지역구 주민들 사이에선 “유승민이 보고 찍었나, 박근혜 보고 찍었지”라는 말이 여전히 나온다. 유 의원과 박 대통령의 ‘정치적 결별’을 개운하게 보지 않는 주민이 더 많아 보였다.

유권자의 선택을 받아 당선된 지역구 국회의원은 여러모로 비례대표와는 차원이 다르다. 그런 점에서 같은 지역구의 3선 국회의원이라면 중앙에서의 역할과 별도로 지역구에서 받는 신뢰가 두터워야 정상이다. 물론 지역구라고 해서 꼭 혈연 학연 지연이 있어야 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지역구를 기반으로 하는 국회의원이라면 국가 발전을 위한 활동과 함께 지역구 발전에도 정성을 쏟아야 한다.

유 의원이 원내대표 사퇴 후 대구로 향하던 중 기자들에게 “무슨 공군기지 이전 관련 협의도 하고…”식으로 말하는 모습이 TV에 비쳤다. 대구공군기지 이전은 그의 지역구뿐 아니라 대구 전체로서도 매우 중요한 현안인데 유 의원은 마치 남의 일처럼 말하는 듯 보였다. 지역에서는 이를 놓고 사려 깊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과 멀어진) 유 의원이 동을을 계속 지역구로 관리하는 것이 어색해 보인다” “수성갑에서 김부겸과 대결하든지 수도권에 진출해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유 의원은 대권 주자 행보 등 향후 중앙정치 상황과 관계없이 현재 지역구가 과연 몸에 맞는 옷인지 자신과 주민들에게 증명해야 할 갈림길에 서 있다. 지역구 3선을 만들어준 대구 동을 지역구의 정체성(正體性)을 어떻게 해결하는 게 좋을지가 피할 수 없는 유 의원의 고민이 되고 있다.

이권효·대구경북취재본부장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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