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확진후 3주… 메르스가 바꿔놓은 대한민국 일상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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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파장]
집에선 “얘들아 손씻어” “여보, 비타민” 회사선 “김과장, 회식 취소!”

기본 위생 수칙을 반드시 지킨다. 평소보다 일찍 귀가한다. 단체 회식은 취소하고 가급적 대중교통 이용도 피한다. 지난달 20일 한국에 첫 메르스 환자가 발생하고 3주가 지나면서 평범한 서민들의 일상까지 바뀌고 있다.

○ 집집마다 메르스 ‘경보’

손발을 잘 씻고 면역력을 키우면 메르스 감염 위험을 낮출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가족 간 서로의 건강을 챙기는 일이 자연스러워졌다. 주부 손모 씨(52·서울 마포구)는 “가족에게 신선한 채소를 중심으로 한 아침을 꼭 챙겨 먹이고 자주 씻도록 한다”며 “가까운 주변 사람과도 수시로 메르스 예방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언론 보도를 통해 정보를 얻고 이를 실천하면서 처음에 느꼈던 막연한 공포에서 어느 정도 벗어났다는 것이 손 씨의 설명이다

공무원 정모 씨(32·서울 동대문구)는 최근 귀가시간을 평소보다 앞당겼다. 메르스 때문에 퇴근하면 다른 약속을 잡지 않고 곧장 집에 들어간다. 집에 오면 샤워부터 한 뒤 네 살 난 아들과 놀아준다. 면역력을 키워준다는 비타민도 꼭 챙긴다. 이번 주말 지방 친구의 신혼집을 가려던 계획을 메르스 사태 진정 이후로 미룬 정 씨는 “감염 위험은 최대한 피하고 남는 시간은 집에서 가족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 회식 실종, 대중교통 기피


직장 내 회식이 사라지고 대중교통 이용을 피하는 현상도 뚜렷하다. 서울 여의도의 한 은행 직원 최모 씨(32)는 “다음 주 직원들이 단체로 야구장에 가려던 행사와 회식이 줄줄이 취소됐다”며 “조금이라도 몸이 안 좋으면 바로 퇴근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여의도의 한 노래방 주인 이모 씨(52)는 “기업들의 회식이 사라지면서 지난주부터 단체손님이 뚝 끊겼고 매출은 30∼40% 줄어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용객이 많은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피하는 현상은 통계로도 확인되고 있다. 9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주말(6, 7일) 지하철 2호선 이용객은 174만여 명으로 한 달 전 주말(5월 9, 10일) 이용객 250만여 명에 비해 30%가량 줄었다. 반면 평일 혼잡통행료를 받는 서울 남산1·3호 터널 통과 차량은 1일(월요일) 8만2000여 대에서 5일(금요일) 8만6000여 대까지 꾸준히 증가했다.

이웃이나 친척 간의 왕래를 자제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경기 부천시 김모 씨(32·여)는 “언니가 같은 아파트 단지 안에 살고 있지만 어린 조카들이 걱정돼 요즘엔 직접 찾아가지 않고 주로 전화로 대화한다”고 말했다.

○ ‘개인위생 챙기기’는 꾸준히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메르스 조심하라’는 얘기는 이제 안부 인사처럼 쓰이기도 한다. 경남지역 동물병원장 변모 씨(32)는 “손님 대부분이 메르스 걱정으로 상담을 시작하고 공통적으로 애완동물은 메르스에 감염되지 않느냐는 질문을 던진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개인이 스스로 위생과 면역력 강화에 힘쓰는 습관을 기를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하은희 이화여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손발을 깨끗이 씻고 충분한 영양을 공급하는 것은 메르스와 감기를 비롯한 전염성 질환 예방은 물론이고 황사와 미세먼지 같은 환경적 요인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는 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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