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화식 전 투기자본감시센터 대표(52·구속 기소)가 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 측으로부터 8억 원의 뒷돈을 받아내는 과정에서 집요한 ‘밀당’(밀고 당기기)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장준현) 심리로 열린 장 씨와 유회원 전 론스타코리아 대표(65)의 배임수재 혐의 등 사건 3차 공판에서는 두 사람의 가교 역할을 한 조응천 전 대통령공직기강비서관(53)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조 전 비서관은 2011년 자신이 변호사로 일하던 김앤장 법률사무소 앞에서 시위를 벌이던 대구 성광고 동창인 장 씨를 우연히 만났다가 이 사건에 휩쓸리게 됐다고 밝혔다. 장 씨가 “론스타에 의해 부당해고를 당해 엄청나게 고통을 받고 있고, 그래서 피해보상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했다”며 “(장 씨가) 내부에서도 다 동의했고 공유하는 사안이라고 하길래 믿는 구석이 있는가 싶어 그대로 (같은 김앤장 소속의) 유 씨 측 변호인에게 얘기를 전달했다”고 말했다. 당시 외환카드 주가조작 의혹 사건으로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던 유 씨의 변호인에게 ‘탄원서를 재판부에 제출해주고 비난 행위를 중지하는 대가로 금전을 달라’는 장 씨의 요구를 전했다는 것.
이날 공판에서 검찰 측은 김앤장 내부 e메일 등을 증거로 제시하면서 이후 장 씨와 유 씨 측 사이에 오간 합의 과정을 공개했다. 장 씨가 처음엔 탄원서 작성에 2억 원, 판결 전까지 처벌 요구 활동을 자제하는 데 2억 원, 집행유예 선고 시 6억 원 등 총 10억 원을 요구했지만 유 씨는 “얼토당토않다”며 거부했다. 그러나 장 씨는 다시 15억 원을 요구했고, 유 씨는 파기환송심 결심공판이 지난 뒤 ‘최후의 제안’이라며 10억 원을 줄 수 있다는 뜻을 전했다. 이번엔 장 씨가 이를 거부했고, 양측은 8억 원을 먼저 주고 집행유예 판결 시 추가로 4억 원을 지급하는 데 최종 합의했다. 하지만 유 씨가 2011년 10월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판결이 확정되면서 추가 지급은 없던 일이 됐다.
이 과정에서 중간다리 역할을 한 조 전 비서관은 “구체적인 합의금액도 기억나지 않으며 합의서 문구나 탄원서와 지급각서 작성 과정에 전혀 관여한 바 없다”며 “나는 전서구(傳書鳩), ‘비둘기’였다”고 강조했다. 그는 “당시 청와대 대선 캠프 등 다른 중요한 일에 신경을 쏟고 있어 구체적인 내용은 기억나지도 않는다”며 “론스타 쪽으로 전달할 통로가 나밖에 없어서 그랬겠지만 장 씨가 나를 이용하려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 솔직히 짜증이 났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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