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순간을 즐긴다… “테니스 치며 땀 흘리니 행복”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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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新중산층 기준]미래보다 현재에 투자

‘스스로 행복을 추구하며 가족과 여가에 상당한 시간과 비용을 들인다.’ ‘봉사 활동 같은 사회적 기여에도 관심이 있다.’ 이번 설문 결과 구체화된 신(新)중산층의 모습이다. 탐사보도팀은 이런 새로운 중산층의 대표 모델로 동호인 테니스 클럽 ‘비트로팀’을 주목했다.

지난달 경기 부천시 가톨릭대에서 재능 기부에 나선 비트로팀 회원들이 동아리 학생들에게 ‘발리(Volley)’ 자세를 가르치고 있다. 신중산층은 자신이 원하는 걸 즐기면서 다른 사람에게 나눠준다. 부천=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지난달 경기 부천시 가톨릭대에서 재능 기부에 나선 비트로팀 회원들이 동아리 학생들에게 ‘발리(Volley)’ 자세를 가르치고 있다. 신중산층은 자신이 원하는 걸 즐기면서 다른 사람에게 나눠준다. 부천=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 취미와 자기 계발, 봉사까지 한 번에

지난달 7일 오후 경기 부천시 가톨릭대 학생 테니스코트. 아무리 봐도 대학 캠퍼스와는 어울리지 않는 40, 50대 아줌마, 아저씨가 하나둘 코트로 모여들었다. 이 팀은 10년 이상 테니스를 즐기며 아마추어 대회에서 여러 차례 우승한 남녀 동호인 11명으로 이뤄진 모임이다. 교사 주부 자영업자 교향악단원…. 평범하지만 다양한 직업이 모였다. 짧게는 10년, 길게는 30년씩 테니스를 치며 실력을 키웠다. 이유는 단순하다. 일하고 남는 시간을 쪼개 운동하고 땀 흘리는 것이 즐겁고 행복하기 때문이다.

김일웅 씨(49·섬유업)는 대학 때 배웠던 테니스를 서른 살부터 꾸준히 치고 있다. 매주 10시간가량을 테니스 코트에서 보낸다. 주중에도 시간을 내 운동한다는 그는 “코트에서 운동하는 순간은 늘 행복하다. 생활 속에서도 에너지가 넘친다는 평가를 덤으로 받아내고 있다”고 얘기했다.

취미 모임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이날은 비트로팀이 대학 테니스 동아리를 찾아 재능기부에 나선 날이었다. 3년 전부터 매달 한 번씩 전국 대학의 테니스 동아리를 찾아다니며 테니스를 가르치고 있다. 수업을 마치고 모인 학생 30명을 실력에 따라 세 그룹으로 나누고 수준별 레슨이 시작됐다.

“발리 할 때 라켓은 이렇게 세우고. 그렇지.” “이 친구는 백핸드를 조코비치처럼 잘 치네.”

날이 어두워지자 코트 조명을 켜고 2시간 반 가까이 일일 레슨이 이어졌다. 아마추어 테니스계에서는 한 실력 한다는 고수들의 레슨. 학생이 친 공이 엉뚱한 곳으로 날아가도 치기 쉽게 다시 넘겨주면서 공이 열 번 넘게 네트 위를 오가자 다른 학생의 탄성이 터졌다.

가톨릭대 테니스 동아리 회장 김동주 씨(20·여)는 “선배에게 테니스를 배울 때보다 훨씬 전문적인 것 같다”며 “열심히 배워서 나중에 저런 동호인이 되면 좋겠다는 얘기도 우리끼리 많이 나눴다”고 말했다.

○ “‘언젠가’가 아니라 ‘지금’ 시작하세요”

이들이 생각하는 신중산층의 조건은 무엇일까. 송선순 씨(55·여)는 “각자 맡은 자리에서 열심히 살면서도 현재의 행복을 포기하지 않고, 자신이 가진 능력으로 주변에 조금이라도 봉사할 수 있는 마음이 중요하지 않겠느냐”며 밝게 웃었다.

먼 미래를 위해 현재를 저당 잡히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을 즐기는 것도 이들의 삶의 방식이었다. 개인사업을 하고 있고 재산은 서울 강동지역 30평대 아파트 한 채라는 한 회원은 “악착같이 돈만 바라보며 달렸으면 집 한 채 정도 더 가질 수 있었을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하고 싶진 않았다”고 했다. 늘 참고 많은 것을 아끼던 부모님 세대의 가치도 있겠지만 이제 그렇게 살 시대는 아니라는 생각이다.

이런 생각을 공유하면서 봉사에 대한 이야기도 4년 전 자연스럽게 나왔다고 한다. 스스로 즐기는 것을 넘어서 사회에 공헌하자는 생각에 모든 회원이 동의했다. 학교폭력 문제로 나라가 떠들썩하던 첫해엔 중학교 학생들을 지도했고 그 이후로 계속 대학생을 가르치고 있다.

이순규 씨(47·건축자재 관련 제조업)는 “우리가 가진 재능이 테니스니까 이걸 활용해서 다른 사람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을 하자는 마음으로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학생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것이 또 있다고 했다.

“꼭 테니스가 아니라도 좋아요.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꾸준히 어떤 일에 몰두한다’는 것의 의미를 알려주고 싶었어요. 자신이 좋아하는 걸 찾는다면 더욱 좋고요.”

부천=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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