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쓱 보면 안전한지 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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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의 주제는 ‘안전’]<79>알바 안전요원 교육 부실

지난해 10월 28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경기 성남시 ‘판교 환풍구 붕괴사고’ 당시 현장에는 단 한 명의 안전요원도 없었다. 그날 유명 가수의 공연을 보러 온 사람들로 사고 현장은 북적였고, 그중 일부가 더 잘 보려고 아무런 제재 없이 환풍구로 올라섰던 것이 화근이었다. 안전요원이 이들을 막았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사고다.

백화점이나 영화관, 수영장, 대형 공연장 등 시민이 자주 찾는 곳에는 안전요원이 배치된다. 이 중 일부는 정부가 인정하는 안전교육시설에서 전문 교육을 받고 자격증까지 딴다. 하지만 주차관리, 매표소 관리 등의 다른 업무를 병행하며 명함만 ‘안전요원’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취재팀은 27∼28일 인터넷에 ‘안전요원’ 아르바이트(알바) 모집 공고를 낸 서울 시내 영화관, 백화점, 키즈카페 등을 찾아가 안전교육 실태를 살폈다. 28일 낮 12시경 서울 송파구의 한 키즈카페에는 3∼6세 어린이 10명이 카페 안에 있는 유아용 놀이시설을 이용하고 있었다. 장난이 워낙 심해 몇 달 전에는 미끄럼틀을 거꾸로 올라가던 한 아이가 넘어져 응급실에 실려간 적도 있다.

이곳에서 아이들의 안전과 놀이시설, 위생을 책임지고 있는 알바생 정모 씨(30·여)는 “(아이들이) 위험하긴 한데 안전교육은 따로 받지 않고 그때그때 알바생끼리 전수해준다. 주된 일은 위생관리다”라며 “안전이야 눈으로 한 번 쭉 보면 알 수 있지 않나”라고 말했다.

27일 서울 강남구의 모 영화관 알바생 A 씨(29)는 2년 동안 일하면서 안전교육 때 배운 것은 비상구의 위치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화재가 발생하면 관람객을 안전하게 대피시켜야 하는 안전요원이기도 하다. 하지만 매월 한 차례 30분간 매니저가 몇몇 알바생에게 비상구 위치나 인솔 방법을 아는지 물어보는 수준이고 실제 상황을 가정한 훈련은 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실제 교육과 훈련을 통해 사고를 막은 사례도 있다. 제주 제주시 외도동의 한 대형 아파트 경비원 김종국 씨(65)는 1월 13일 오전 8시 20분경 문이 잠긴 한 아파트에서 검은 연기가 뿜어져 나오는 것을 주민 신고로 확인했다.

‘문이 잠겼으면 주변 도구를 이용해 창문을 부수고 진입하라’는 교육 내용이 떠올랐고 복도에 있던 파이프를 이용해 창문을 부수고 실내로 진입할 수 있었다. ‘자세를 낮추고 연기가 나오는 발화지점을 찾으라’는 교육 내용에 따라 욕실 틈으로 새 나오는 연기를 보고 소방차가 출동하기 전에 불을 끌 수 있었다. 다른 동료들은 소화전을 연결했고 소방차 진입 도로에서 주차 차량을 이동시켰다.

김 씨는 “반복적으로 배운 안전수칙에 따라 반사적으로 행동했던 것 같다”며 “실질적인 안전교육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때서야 알았다”고 말했다.

김재형 monami@donga.com·천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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