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4개씩 쿡쿡… 멀티탭 火나요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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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의 주제는 ‘안전’]<74>화재 부르는 전기콘센트 과부하

20일 경기 여주시 화재보험협회 방재시험연구원에서 멀티탭 화재 실험이 이뤄졌다. 과부하가 걸린 멀티탭 전선에서 연기가 나며 불꽃이 피어오르고 있다. 방재시험연구원 제공
20일 경기 여주시 화재보험협회 방재시험연구원에서 멀티탭 화재 실험이 이뤄졌다. 과부하가 걸린 멀티탭 전선에서 연기가 나며 불꽃이 피어오르고 있다. 방재시험연구원 제공
경기 군포시에 사는 주부 김은희 씨(32·여)는 지난해 12월 아찔한 경험을 했다. 쌍둥이 자녀와 함께 집에 있다가 갑자기 타는 냄새를 맡았다. 창문을 열어둬도 냄새와 연기가 빠지지 않자 김 씨는 집 안 곳곳을 살펴보다가 세탁실을 보고는 화들짝 놀랐다. 타는 냄새의 근원지는 세탁기 2대가 연결된 멀티탭. 전선이 부풀어 올라 연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놀란 가슴을 진정시킨 김 씨는 장갑을 끼고 멀티탭에서 세탁기 전원 코드를 뽑은 후 세탁기 제조사의 수리기사를 불렀다. 수리기사는 “조금만 늦었어도 큰불이 날 뻔했다”면서 “세탁기 2대를 동시에 쓰다 보니 멀티탭의 최대 허용치보다 많은 전류가 흐르면서 전선에 과부하가 걸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평소 아무 문제없어 보였지만 허용치를 넘는 전류가 흘러 서서히 전선 온도가 올라가다 결국 화재로 이어진 사례다.

멀티탭 등 전기 콘센트에서 시작하는 화마(火魔)는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피할 수 있지만 늘 우리 곁에 도사리고 있다. 요즘에 판매되는 멀티탭은 모두 안전장치가 있어 화재를 최소화하지만 안전장치가 없는 제품이 주로 화재를 부른다. 한국전기안전공사의 2013년도 통계에 따르면 전기 기기용 전선과 코드에서 발생한 화재는 총 376건이었다.

본보 취재팀이 20일 한국화재보험협회 방재시험연구원과 함께 진행한 실험에서도 멀티탭에서 쉽게 화재가 발생했다. 안전장치가 없는 최대 허용 전류 15A의 멀티탭에 전기히터, 인덕션레인지, 전기포트, 헤어드라이어 등 총 45A의 전류가 필요한 기기들을 연결했다. 실험 시작 5분 만에 멀티탭의 전선이 열을 받아 이를 감싼 고무 피복에서 연기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10분이 지나자 ‘피지직’ 소리와 함께 이윽고 불길이 치솟았다. 최문수 방재시험연구원 팀장은 “과부하가 걸리지 않도록 전기히터 등 전류가 많이 필요한 기기는 멀티탭에 연결하지 말고 단독 콘센트에 연결해 사용하는 게 최선”이라고 조언했다.

과부하뿐 아니라 먼지와 습기도 멀티탭 화재의 주요 원인이다. 대학생인 김예솔 씨(22·여)는 2월 방에서 4년 동안 사용한 멀티탭에서 불꽃이 이는 것을 보고 가슴을 쓸어내린 경험이 있다. 다행히 연기나 불이 나지는 않았지만 먼지가 내려앉아 있던 멀티탭을 바로 교체했다. 멀티탭을 장기간 사용하면 먼지와 습기에 노출돼 화재 위험이 커진다고 한다. 교체하거나 정기적으로 청소하고 사용해야 화재를 막을 수 있다.

황성호 hsh0330@donga.com·조아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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