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리포트]‘정윤회 파문’때 천안함 트윗 2766건… 정부공격 도구 변질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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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5주기… 아직도 유언비어와 전쟁중]최근 6개월 ‘천안함 트윗’ 분석

천안함 폭침 5주기를 맞은 2015년 현재 대한민국은 천안함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동아일보 취재팀은 천안함을 둘러싼 온라인 여론을 알아보기 위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분석 사이트인 ‘트윗트렌드’를 통해 최근 6개월(지난해 9월 18일∼이달 17일) 동안 천안함이 언급된 트윗을 전수(全數) 분석했다. 천안함은 이 기간 동안 총 6만5465건, 하루 평균 363.7건 언급된 것으로 나타났다.

○ 정부 불신의 기폭제로 ‘천안함’ 이용

트위터에서는 사건 자체에 대한 ‘관심’보다 ‘정쟁의 도구’로 천안함이 악용되고 있었다. 사회 현안이 생길 때마다 정부에 대한 불신을 부추기는 소재로 천안함이 빠짐없이 등장한 것이다. 이런 경향은 일부 언론이 2010년 민군합동조사단 조사 결과에 의혹을 제기하는 내용을 보도하고 누리꾼들이 이를 퍼 나르면서 커졌다.

최근 6개월 동안 국내 인터넷에 천안함이 가장 많이 등장한 시기는 정윤회 씨의 국정개입 의혹이 불거진 지난해 11월 29일(2766건)이었다. 공교롭게 이날 한 인터넷 매체는 천안함 사건 당시 발생한 지진파가 ‘폭발’이 아닌 ‘대형 잠수함과의 충돌’에서 나오는 주파수와 일치한다는 학술논문을 보도했다. 두 내용이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며 천안함 관련 트윗 양이 급증한 것으로 보인다.

누리꾼들은 ‘천안함, 세월호에 대한 진실, 정윤회와 십상시, 의뭉스러운 게 많다’는 내용의 트윗을 올리기 시작했다. 심지어 박근혜 정부가 ‘사자방’(4대강·자원외교·방위산업 비리) 조사를 시작하니 이명박 전 대통령 측이 국정개입 이슈를 제기했고, 현 정부가 다시 천안함 논문을 내세웠다는 황당한 의혹까지 고개를 들었다.

천안함 폭침 관련 음모론은 팔로어가 많은 이른바 ‘파워 트위터리안’이 내용을 트윗할 때 빠르게 확산됐다. 두 번째로 트윗 양이 많았던 날은 지난해 9월 18일(2190건). 이날 한 인터넷 매체는 당시 미국 해군 정보센터 소장이 천안함 미국 측 조사단장에게 ‘(한국 정부가 침몰 원인으로 발표한) 버블 제트 폭발’ 가능성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e메일을 보냈다고 보도했다.

대표적인 파워 트위터리안인 소설가 이외수 씨는 이 기사를 소개하며 “미 해군 장성 중에 종북 좌빨(좌익과 빨갱이를 합성한 비속어) 있다고 주장할 사람들 있겠지요”라는 트윗을 올렸다. 이 글을 500여 명이 리트윗했다.

천안함 트윗 양이 세 번째로 많은 지난해 10월 8일(2145건) 역시 한 인터넷 언론이 천안함 민군합동조사단 발표에 의문을 제기하는 기사와 동영상을 올린 다음 날이었다. 트위터상에는 ‘죽기 전 진실을 알고 싶은 세 가지.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 천안함 침몰, 세월호 참사’ ‘천안함이 어뢰에 의한 폭침이란 증거는 0.0000001%도 없다’는 내용이 나돌았다.

○ 끈질기게 이어지는 ‘카더라’식 유언비어

천안함이 보수와 진보 간의 갈등뿐 아니라 근거 없는 유언비어를 유포하는 수단으로 활용되는 사례도 많았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코쟁이(미군을 지칭) 잠수함이 천안함을 들이받아 코쟁이 시체를 수습하다가 한주호 준위가 죽었다”고 적었다. 다른 트윗은 “노무현 대통령은 타살당했고, 천안함 침몰은 국방비리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5년이 지난 지금까지 어이없는 유언비어가 유포되고 있지만 정부는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있다. 고 차균석 중사의 아버지 차상률 씨(54)는 “인터넷에 유언비어가 나오면 진실인 줄 알고 그쪽으로 가는 사람이 많다. 당장 부모 입장에서는 가슴이 아파 죽을 지경인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지금 제기되는 유언비어나 의혹은 90% 이상 기존 발표와 해명에서 다룬 내용”이라며 “온라인에서 일일이 대응하면 오히려 의혹을 증폭시키는 계기가 될 것 같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천안함 음모론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정부의 조사 결과를 확증하려면 북한을 조사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이뤄지지 못하다 보니 음모론이 계속 나오는 것”이라며 “설령 북한의 자백을 받아내도 (음모론을) 완전히 막는 것은 불가능한 만큼 건전한 상식을 가진 국민들이 허황된 음모론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것만이 해법”이라고 말했다.

이샘물 evey@donga.com·황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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