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대 시각정보디자인학과, 디자인이 지배하는 세상, ‘디자인비즈’로 취업문 돌파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17일 10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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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비즈’를 추구하는 경기대 시각정보디자인학과의 교육과정 초점은 ‘멀티디자이너’ 육성이다. 상품의 디자인은 물론 기획부터 마케팅 판매 홍보까지 비즈니스 전과정을 수행할 수 있게 끔 지도한다.  경기대 제공
‘디자인비즈’를 추구하는 경기대 시각정보디자인학과의 교육과정 초점은 ‘멀티디자이너’ 육성이다. 상품의 디자인은 물론 기획부터 마케팅 판매 홍보까지 비즈니스 전과정을 수행할 수 있게 끔 지도한다. 경기대 제공

요즘은 ‘디자인’이 지배하는 세상이다. 그걸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게 있다. 아이폰이다. 아이폰을 개발할 당시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엔지니어나 마케터가 아니라 디자이너로 행동했다. 크기와 두께 등 한 손에 쏙 들어오는 외형부터 결정한 뒤 요구되는 기능을 모두 그 안에 담으라고 요구했다. 테크놀로지에 종속됐던 디자인의 독립선언이다. 개발 중에 기술의 한계로 외형을 바꾸자는 의견도 나왔다. 하지만 그는 요지부동이었다. 기능은 포기해도 디자인은 바꿀 수 없다고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아이폰’이란 이노베이션은 그런 과정을 거쳐 세상에 나왔다. 동원된 신기술은 모두 이 ‘절대 디자인’ 스펙에 맞춰 어렵사리 개발됐다. 덕분에 아이폰은 아이코닉(Iconic·전 인류가 사용하는) 상품이 됐고 세상은 ‘스마트’해졌다.

경기대 예술대학(수원캠퍼스)의 시각정보, 산업, 장신구·금속 등 세 디자인학과가 함께 추구하는 ‘디자인비즈니스’(Design Business)란 바로 이런 것이다. 여기엔 이런 합의가 깔려 있다. 디자인이 홀로 존재하던 시대는 이미 끝났다는. 디자인은 이젠 비즈니스 전체를 아우르며 주도적으로 이끄는 가치기반이란 인식이다.

태풍처럼 몰아치고 있는 ‘디지털 컨버전스’(Digital Convergence)란 현상이 그걸 말해준다. 이는 하나의 기기 혹은 서비스에 모든 정보통신기술을 융합하는 것을 말하는데 핵심은 디자인이다. 서로 다른 쇳물을 섞어 탄생시킨 합금의 기반이 용광로인 것과 다르지 않다. 치밀한 계산과 조직적인 플랜을 두루 아우르는 완벽한 디자인 없이 새로운 가치창출은 공염불이다. 융합은 기존 가치의 병렬에 불과한 ‘짬뽕’과는 다르다.

“융합이 요구하고 있는 것은 통찰력입니다. 서로 다른 이질적 요소를 조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자면 그 모든 것을 뛰어넘어야 하니까요. 그런 면에서 디자인이 곧 통찰력입니다. 지금을 ‘디자인 경영’시대라고 말하는 것은 그 때문입니다.”
경기대 디자인비즈니스교육특성화사업(CK-1) 단장 박영진 교수의 말이다. 그는 디자인경영이야말로 이제 막 열린 ‘감성소구의 시대’(Dream Society)에 비즈니스를 성공적으로 이끌 대안이라고 강조한다. ‘드림 소사이어티’란 ‘물건’이 아니라 사랑 우정 모험 자존감 평정심 신념 같은 ‘감성’을 생산하고 판매해야 하는 요즘을 칭하는 표현이다.

“감성을 재화로 다루는 이 마당에 물건을 팔며 개발한 과거의 논리와 기법이 통할까요. 어림없지요. 창조와 혁신으로 ‘감성’이란 상품에 부가가치를 더해줄 새로운 무엇이 있어야 합니다. 그게 디자인입니다. 그러니 경영도 이젠 이 디자인에 기반을 둔 새로운 패러다임이 요구됩니다. 그게 추세지요.”

바로 이런 신념이 경기대 디자인전공 3개학과(시각정보디자인학과, 산업디자인학과, 장신구·금속디자인학과)가 교육부로부터 재정지원을 받고 있는 ‘디자인비즈니스교육’ 특성화 사업의 골자다. 정부는 올해부터 이 사업에 5년간 총 15억 원을 지원한다. 이 사업은 10년 후인 2025년 ‘디자인비즈니스대학’ 출범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미 2006년부터 꾸준히 추진해 왔는데 그간 투자한 교비만도 15억 원에 달한다.

디자인비즈니스대학은 기존의 세 학과에 새로 네 학과(다학문융합·멀티미디어·통합커뮤니케이션 디자인·디자인경영)를 더한 것으로 성사되면 수원에서 서울캠퍼스로 이전을 추진한다. 목표도 높다. 디자인비즈니스 능력을 갖춘 인재양성을 통해 핵심지표(취업률 학생만족도 기업만족도 연구실적 공모전수상) 전국 1위와 디자인학과 전국 3위 진입이다. 2016년에는 그 전단계로 ‘디자인비즈니스학부’를 출범시킨다. 내년엔 학과당 모집정원을 23명에서 30명으로 늘리고, 5년 후인 2020년엔 ‘디자인경영인증’ 졸업생 100명 배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특성화사업은 지난해 교육부의 지원결정으로 급물살을 타고 있다. 가시적인 변화로는 2월 중으로 예정된 ‘창의스튜디오’ 개장. “좋은 디자인을 만들려면 상상력과 창의력이 필요한데 그러려면 늘 오감이 열려 있어야 합니다. 이 스튜디오는 다양한 감각을 활성화시켜 영감을 이끌어내는 공간입니다. 최고급 오디오와 영상시청 장치, 편안한 가구로 멋지게 꾸밀 것입니다.”

감성소구의 ‘드림 소사이어티’에서는 감성 자체가 생산 판매 소비되는 재화다. 그래서 비즈니스 전반에 그 감성을 상품화할 디자인이 요구된다. 경기대 시각정보디자인학과의 디자인비즈 수업 광경.  경기대 제공
감성소구의 ‘드림 소사이어티’에서는 감성 자체가 생산 판매 소비되는 재화다. 그래서 비즈니스 전반에 그 감성을 상품화할 디자인이 요구된다. 경기대 시각정보디자인학과의 디자인비즈 수업 광경. 경기대 제공

창업을 미리 체험해 볼 수 있도록 고안한 ‘아트 앤 디자인 몰’도 올해 좀더 활성화시킬 계획이다. “수원캠퍼스가 들어선 광교산이 아주 아름다워요. 그래서 주말이면 주민들이 많이 찾는데 그런 좋은 환경을 이용해 교내에 상설전시장을 두고 예술대학의 학생들이 만든 회화 디자인 서예 귀금속 장신구 등의 작품을 이분들께 보여주고 파는 겁니다. 온라인 몰도 함께 운영하면서요.” 수익금의 70% 이상은 학생에게 돌려줄 계획. 박 교수는 이 모두가 학업과 창업의 동기를 부여하기 위한 구상이라고 설명했다.

경기대의 디자인 비즈니스 교육은 이미 성과를 내고 있다. 4, 5년 전부터 취업한 졸업생들이 디자인실이 아니라 마케팅실로 배속되는 현상이 그것. “2년 전 국내 굴지의 브랜딩 회사에 취업한 제자가 있는데 글쎄 입사 1년 만에 CD(Creative Director·창의팀장)가 됐습니다. 보통 7년 정도 걸린다는데…. 본인이 스스로 사업제안서 쓰고 그걸 들고 프레젠젠테이션을 하고 직접 현장에 나가 사업을 따가지고 오니 회사에서 아예 팀장을 시켰다는 겁니다.”

박 교수는 그런 일이 가능한 이유를 디자인비즈니스 교육과정으로 설명한다. “디자인 외에 상품기획부터 마케팅기법에 프레젠테이션 기술까지 두루 배우다보니 각 분야의 직원으로 구성된 팀에서 그 업무를 포괄적으로 파악해 리드할 수 있는 종합적인 수행능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 것이지요. 그게 디자인비즈니스교육의 성과고요. 우리는 이런 사람을 ‘멀티디자이너’라고 부릅니다.”

학생들의 졸업작품집은 멀티디자이너의 능력을 보여주는 좋은 자료다. 벌써 31권이나 나왔는데 각자가 선택한 아이템에 관한 디자인 전략을 상세하게 정리한 보고서다. 시장분석부터 상품특징, 장단점과 위험요소까지 살피면서 마케팅방향을 정하고, 그걸 디자인에 반영시켜 판매 전략을 세워나가는 전 과정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이 중 눈길을 끄는 것은 2014년에 시각정보디자인학과가 공동으로 수행한 ‘수도기계화보병사단(맹호부대)의 소통과 단결을 위한 콘텐츠디자인’. 당장에 써먹을 수 있을 만큼 정교하고 창의적이었다. 프레젠테이션을 참관했던 이 부대의 장병으로부터 기립박수를 받을 정도로 성과가 좋았다고 한다.

경기대 디자인 세 학과의 교육과정을 보면 그 초점이 분명하다. 진행 중인 산학협력을 통해 시장에 곧바로 적용 가능한 실질적인 디자인 결과물을 만들어 보여주는 것이다. 졸업전시회는 그걸 보여주고 알리는 쇼 케이스로 운영한다. 학과별로도 특징이 분명하다. 시각정보디자인학과는 산학협력 교과목운영, 산업디자인학과는 기업 맞춤형 교과목 운영, 장신구금속디자인학과는 국립박물관재단 및 미니골드 등과의 산학협력 교육과정에 중점을 두고 있다.

매년 전국대학에서 배출되는 디자인학과 졸업생은 줄잡아 2만3000명. 워낙 많다보니 취업이 어려운 건 물론이고 월급마저 낮다(평균 100만~150만 원). 게다가 대부분은 종전 방식대로 지시에 따라 디자인작업을 수행한다. 그러다보니 기능직으로 전락해 업무만족도도 낮은 편이라고 한다.

경기대의 디자인비즈니스교육은 그걸 타파하고 극복하려는 새로운 시도다. 디지털 컨버전스 시대가 요구하는 ‘멀티디자이너’를 양성하는 디자인교육과정의 이노베이션이라 할 만하다. 그런 만큼 디자이너의 꿈을 키우는 학생이라면 무엇보다도 먼저 이 학과의 ‘디자인비즈니스’에 관심을 기울여보면 좋을 듯하다. 2014학년도 시각정보디자인학과(정원 23명)엔 모두 292명이 지원해 12.7 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합격자 중 남학생은 8명.

::모집요강:: 시각정보디자인학과의 입학정원은 23명이며 수시에서 13명을 뽑는다. 입학사정관이 선발하는 ‘디자인비즈’ 모집인원은 12명. 학교 측은 디자인비즈 인재상을 창의성과 열정을 바탕으로 장차 경영 전략형 디자이너로 성장 발전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춘 인재라고정의한다. 입학전형은 1·2차로 나뉘는데 3배수를 뽑는 1차의 선발기준은 학생부 30%와 서류평가 70%. 2차는 1차 선발자를 대상으로 두 차례 심층면접을 하는데 1차와 2차 심층면접 점수를 50%씩 반영해 최종 선발한다. 이 중 2차 심층면접은 자신의 아이디어를 직접 발표하는 방식. 그래서 남의 작품으로 면접을 통과하기란 아예 불가능하다. 수능 최저학력기준은 없고 개인포트폴리오도 제출하지 않는다. 공인어학성적과 교과 관련 교외 수상실적은 제출을 금한다. 산업디자인학과(입학정원 23명)와 장신구·금속디자인학과(입학정원 22명)도 동일하다.

::장학금:: 지난해 시각정보디자인학과(전 학년)의 장학금 수혜자(총액)는 교내장학금 207명(1억8495만6000원), 국가장학금 284명(2억3544만2500원)

수원=콘텐츠기획본부 조성하 전문기자(동아일보 대학세상 www.daese.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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