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 위협이 발생하면 경찰관이 임의로 테러 의심자를 검문검색하거나 이동을 제한할 수 있는 방안이 추진된다. 경찰관 배치에도 불구하고 김기종 씨(55·구속)가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를 흉기로 습격하는 것을 막지 못했던 문제점을 보완하는 조치다.
강신명 경찰청장은 16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외교관이 서울에서 테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미처 예상치 못했다”며 “경찰관의 테러 방지 임무 수행을 위해 관련 법령의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현행 경찰관 직무집행법에 ‘테러 방지 활동’이 명확히 규정되지 않은 것을 문제로 보고 있다. 경찰은 김 씨가 5일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초청 리퍼트 대사 강연장에 들어갈 때 2010년 주한 일본대사에게 돌을 던진 사람과 동일 인물인 점을 알았지만 별다른 제지를 하지 못했다. 강 청장은 “경찰관들이 김 씨를 알아봐도 주최 측이 ‘출입이 허용된 사람’이라고 말해 입장을 막을 명분이 없었다”며 “만약 입장을 막았다면 오히려 경찰관이 감금이나 직권남용으로 입건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경찰관 집무집행법을 개정하거나 국회 논의 중인 테러방지법 등에 경찰관의 대테러 활동을 보장하는 내용을 넣겠다는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김 씨와 같은 인물에게 ‘알면서 당했다’는 것이 문제”라며 “법령을 구체화해 비슷한 사고를 막겠다”고 설명했다.
일부에서는 경찰이 해당 규정을 집회나 시위 등에서 남용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강 청장은 “객관적이고 엄격하게 요건을 정해 테러 방지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경찰은 리퍼트 대사 피습 이후 미국과 일본, 이스라엘 등 테러 위험이 높은 3개국 외교 사절에 전담 경호 경찰관을 배치했다. 경호인력 배치를 요구한 국가도 8개국 대사관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대사관이 경호를 요청하지 않더라도 자체적으로 테러 위협이 있다고 파악되면 즉각 해당국 대사의 신변보호에 나설 계획이다.
강 청장은 “서울은 대사 경호가 필요 없을 정도로 안전하다는 인식이 다시 정착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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