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님이 외면했다면 이 자리에 없었을것”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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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채왕 뒷돈’ 판사, 법정서 참회
“새벽 전화에도 청사에 나와 흔들리는 마음 잡아줘 감사”
금품수수는 인정… 청탁은 부정

“검사님께 감사드립니다. 제 전화를 외면하지 않고 검찰청에 나와 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입니다.”

법복 대신 하늘색 수의를 입은 최민호 전 수원지법 판사(43)가 법정에서 자신을 수사했던 검사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1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현용선) 심리로 열린 1차 공판에서 최 전 판사는 “제가 그날 새벽에 오시라고 했을 때 만약 오시지 않았다면 제가 이 자리에 오지 않았을 수도 있다”며 무겁게 입을 열었다. 수사 당시 심리적으로 흔들리던 자신을 붙잡아 준 데 대한 감사 인사였다.

‘명동 사채왕’ 최모 씨(61·수감 중)로부터 사건 무마 청탁과 함께 2억6864만 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된 최 전 판사의 ‘참회’는 올해 1월 17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뒷돈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지 10개월 만에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한 최 전 판사는 혐의를 끝까지 부인했고 검찰은 18일 오전 1시쯤 그를 돌려보냈다. 그런데 서너 시간쯤 지나 갑자기 최 전 판사가 검찰에 전화를 걸어왔다. “지금 들어가서 사실대로 말하겠다.”

수사 검사는 다시 검찰청으로 들어왔고 최 전 판사는 금품 수수 사실을 털어놓았다. 최 씨까지 소환해 대질조사도 벌였다.

지난달 사표가 수리돼 일반인 신분으로 법정에 선 최 전 판사는 “그렇게 진술한 것은 제가 믿는 신앙도 있고, 특히 집사람에게 이야기를 하지 않고서는 같이 살기 힘들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내 모든 것을 다 잃고, 오해를 받아도 그 이야기는 꼭 하고 싶었다”고 했다. 최 전 판사는 부인에게 먼저 모든 사실을 털어놨고, 부인의 설득에 자백을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전 판사는 “금품 수수 사실은 모두 인정한다”면서도 “알선한 사건 자체가 없어 알선수재에 해당하지 않고 금품 수수 경위가 일부 다른 부분이 있다”고 주장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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