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철도-고속道 건설로… 충남은 지금 ‘路線전쟁’중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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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서해안고속도 대흥면 통과 구간… 예산 주민 “슬로시티 두동강”반발
장항선 2단계 철도개량사업… 광천읍 주민 노선 둘러싸고 내홍

전국에서 여섯 번째 슬로시티로 지정된 충남 예산군 대흥면 주민들이 포스코건설이 구상 중인 제2서해안고 속도로가 마을을 두 동강으로 만든다며 반발하고 있다. 사진은 ‘의좋은 형제비’ 인근에 개설된 대흥장터 전경.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전국에서 여섯 번째 슬로시티로 지정된 충남 예산군 대흥면 주민들이 포스코건설이 구상 중인 제2서해안고 속도로가 마을을 두 동강으로 만든다며 반발하고 있다. 사진은 ‘의좋은 형제비’ 인근에 개설된 대흥장터 전경.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공사로 1300년 된 마을을 두 동강 내고, 주민을 갈라서게 하면 되겠습니까?”

충남 곳곳에서 철도와 고속도로 건설을 놓고 ‘노선(路線)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일부 사업은 주민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은 채 진행돼 주민 간 갈등이 커지고 있다.

● 예산, “슬로시티 쪼개는 고속도로”

예산군 대흥면 주민들은 포스코건설이 추진하는 제2서해안고속도로 대흥면 통과 구간이 ‘대흥 슬로시티’를 두 동강 낸다며 서울 포스코 본사에 항의 방문하는 등 반발하고 있다.

예산군 등에 따르면 제2서해안고속도로는 경기 평택∼충남 부여 간 1단계 공사가 2017년 착공돼 2022년 완공되고, 부여∼전북 익산 간 2단계 공사가 2032년 마무리된다. 2조1600억 원이 소요되는 이 사업은 노선이 5월경 최종 확정된다.

문제는 포스코가 제안한 노선(봉수산과 예당저수지 사이 통과)이 대흥 슬로시티를 비롯해 광시면 황새마을, 백제부흥군 최후 항전지인 임존성, 실존 인물인 ‘의좋은 형제’ 우애비 등 예산의 생태·관광·문화유산을 훼손시킬 우려가 높은 것. 노선 주변에 국가지정문화재 17건, 도지정문화재 38건 등 총 88건의 문화재가 집중돼 있다.

박효신 대흥슬로시티협회 사무국장은 “주민 스스로 마을을 가꿔 국내 최고의 슬로시티로 자리 잡은 마을을 두 동강 내선 안 된다. 포스코가 경관 좋은 예당저수지 근처에 수익성 높은 휴게소를 짓기 위해 무리수를 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포스코는 주민 요구대로 봉수산 뒤편으로 우회할 경우 수백억 원의 사업비가 더 소요되고, 향후 정부와 노선 협상 과정에서 조정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 광천, “석면 장항선은 절대 안돼”

홍성군 광천읍 주민들은 한국철도시설공단이 건설 계획인 장항선 2단계 철도개량 사업 광천 통과 노선을 놓고 주민 사이에 내홍이 이어지고 있다.

국토교통부와 철도시설공단은 국비 7870억 원을 들여 홍성군 신성∼보령시 주포(20.4km), 보령시 남포∼보령시 간치(13.7km) 총 34.1km를 대상으로 장항선 2단계 개량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국토교통부가 2010년에는 광천역 위치를 상정리 홍주미트로 옮기는 기본 계획안을 발표했다가, 2012년에는 철도시설공단이 실시설계 과정에서 역 위치를 신진리 광신철재 쪽으로 변경하겠다고 밝혔다. 역이 어디에 들어서느냐에 따라 노선이 바뀌는 것.

철도시설공단 실시 설계안에 반대하는 주민들은 “변경 노선이 석면광산을 통과해 광천 전체를 발암 물질인 석면 투성이로 덮을 것”이라며 격렬하게 반대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달 25일 철도시설공단이 홍주문화회관에서 열 예정인 주민설명회를 저지하기도 했다.

반면 일부 주민들은 실시 설계안에 대해 찬성하는 입장을 밝히고 조속히 공사를 시작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지역 출신 군 의원마저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철도시설공단 관계자는 “주민들 간 노선 및 역 위치를 둘러싼 미묘한 갈등이 있어 난감하다. 현재로선 2안대로 올해 말 착공할 수밖에 없으며, 석면 피해 등에 대해선 대책을 함께 마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홍성·예산=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충남#고속도로#노선#예산#광천#석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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