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만달러 줬다” “6천달러 받았다”… 은행 직원과 고객 ‘환전 진실공방’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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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달러… 4300여만원 차이
은행 “색깔-크기 달라 식별 가능”… 고객 “금액 확인 못했고 봉투 분실”

싱가포르 100달러 지폐(왼쪽 사진)는 가로 16.2cm, 세로 7.7cm에 주황색으로 된 반면 싱가포르 1000달러 지폐(오른쪽 사진)는 이보다 좀 더 큰 가로 17cm, 세로 8.3cm에 보라색이다.
싱가포르 100달러 지폐(왼쪽 사진)는 가로 16.2cm, 세로 7.7cm에 주황색으로 된 반면 싱가포르 1000달러 지폐(오른쪽 사진)는 이보다 좀 더 큰 가로 17cm, 세로 8.3cm에 보라색이다.
은행 직원이 실수로 고객에게 10배를 환전해줬다. 환전한 고객은 액수를 확인하지 않은 채 돈을 잃어버렸다. 고객은 억울하다고 주장한다. 경찰도 난감해하는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발생한 ‘10배 환전’은 누구의 책임일까.

정보기술(IT) 회사 대표 이모 씨(51)는 3일 오후 2시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한 은행 지점을 찾았다. 현금 500만 원을 싱가포르 달러로 바꾸기 위해서였다. 환율을 감안해 486만여 원에 해당하는 6000싱가포르 달러로 환전해 달라고 요구했다. 주황색 100달러 60장을 건넸어야 할 창구 직원 정모 씨(38·여)는 실수로 보라색 1000달러 지폐 60장을 건넸다.

6000달러가 아닌 6만 달러를 받은 이 씨는 정 씨가 내민 돈 봉투를 가방에 넣고 은행을 나왔다. 은행 측은 이날 오후 6시경 정산시간에 싱가포르 달러가 부족하다는 사실을 알았다. 폐쇄회로(CC)TV를 돌려본 결과 이 씨에게 100달러가 아닌 1000달러 지폐가 전달된 사실이 드러났다. 은행 관계자는 “100달러는 주황색이지만 1000달러는 어두운 연보라색이라 CCTV상으로도 이 씨에게 돈이 잘못 전달됐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크기도 1000달러짜리가 더 커서 구분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은행 측은 이 씨에게 연락해 재방문을 요청했다. 이날 오후 8시경 은행을 다시 방문한 이 씨는 “돈을 받으면서 금액을 확인하지 않아 6만 달러를 받은 사실을 몰랐다”며 “가방 앞주머니에 넣어두었던 돈 봉투를 잃어버려 경찰에 분실신고한 뒤 찾아다니던 중이었다”고 말했다. 이 씨는 “환전하면서 많은 확인절차를 거치는 은행에서 실수했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박했다. 은행 측은 결국 횡령 혐의로 이 씨를 서울 강남경찰서에 신고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 씨가 6000달러가 아닌 6만 달러가 봉투에 들었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횡령 혐의를 적용할 수 있지만 그게 아니라면 민사 소송으로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이 씨의 행선지를 따라 CCTV를 분석하고 거짓말 탐지기를 동원해 이번 사건을 수사할 방침이다.

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
#은행#달러#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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