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경남도지사는 등산 실력이 별로이던데, 우리 김 시장은 만만찮은 것 같아요.”(서병수 부산시장)
“서 선배가 먼저 하셔야죠.”(김기현 울산시장)
7일 오전 10시 울산 울주군 온양읍 대운산 중턱. 서 시장이 ‘젊은’ 김 시장의 체력을 언급하자 김 시장은 서 시장에게 언론 인터뷰 자리를 내줬다. 서 시장의 ‘상생 산행’은 지난해 12월 홍 지사와의 해운대 장산에 이어 두 번째다. 철쭉으로 유명한 대운산 봄기운 속에 두 시장은 잔설(殘雪)을 밟으며 편안하게 대화를 나눴다. 김 시장이 “요즘 울산 경제가 안 좋다”고 하자 서 시장은 “울산과학기술대의 울산과학기술원 전환을 지원하지 않았느냐”고 운을 뗐다.
두 시장은 이날 대운산 제2봉(670m) 앞에서 상생 방안을 발표했다. 양쪽 시에서 참석한 실·국장들도 배석했다. 고리 1호기 폐쇄와 원전해체기술연구센터 유치, 원자력안전위원회와 원자력 관련 연구시설 이전 등 원자력 관련 기관과 업무를 산업으로 전환하는 방안 마련에 힘을 합치기로 했다. 2028년 여름올림픽 부울경(BUG) 공동유치에도 뜻을 같이하기로 했다. 부울경 상생 발전을 위한 협의체를 구성해 모임을 정례화하고, 동남권을 아우르는 의료관광도 공동 프로젝트에 포함시켰다.
두 시장은 오전 11시 20분 부울경이 내려다보이는 산 정상에서 “행정구역에 매몰되지 말고 주민편의와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자”며 손을 잡았다. 이날 산행은 온양읍의 한 식당에서 점심을 하며 마무리했다.
부산은 경남, 울산과 ‘한 뿌리’라고 하지만 이들 두 단체에 손을 벌려야 할 일이 많다. 울산과 경남에 밉보인 적도 있었다. 서 시장의 상생 산행은 이를 감안한 것이다. 홍 지사와 산행 당시엔 뼈 있는 농담도 주고받았지만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신공항 입지 문제와 남강댐 물 부산 공급 사안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서 시장은 평소 “작은 것부터 협력하면 큰 것도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는 수시로 영남권 시도지사를 만날 예정이다. 양산 김해 등 기초단체장과의 만남도 계획하고 있다. 울산, 경남 공무원을 상대로 교차특강도 준비 중이다. 만남과 소통이 지역이기주의를 허물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서 시장은 산행 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부울경이 하나가 됐다’는 글을 남겼다. “같이 땀을 흘리다 보면 일종의 ‘전우애’를 느끼기 때문에 산에 오른다”고 했다. 그의 이런 정신이 부울경 상생 발전에 밑거름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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