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firm&Biz]“누구나 법조인 될 기회, 사법시험… 로스쿨과 경쟁위해 존치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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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규 서울변호사회 신임 회장 인터뷰
“이 자리까지 올라온 건 사시 덕분
부적절 처신 고위공직자 출신, 입회 재임 중에 반드시 막을 것
상고법원 도입은 조건부 찬성”

“인생의 좌우명은 없지만 바둑 둘 때의 소신은 ‘인내심을 갖자’입니다.” 김한규 서울지방변호사회 신임 회장은 “인생에 도움이 많이 된다”며 바둑을 취미로 꼽았다. 그는 “상황이 불리해도 길게 보자는 의미”라며 “조바심 내지 않고 묵묵히 행동으로 보여주는 게 나를 지지한 변호사들에 대한 보답”이라고 설명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인생의 좌우명은 없지만 바둑 둘 때의 소신은 ‘인내심을 갖자’입니다.” 김한규 서울지방변호사회 신임 회장은 “인생에 도움이 많이 된다”며 바둑을 취미로 꼽았다. 그는 “상황이 불리해도 길게 보자는 의미”라며 “조바심 내지 않고 묵묵히 행동으로 보여주는 게 나를 지지한 변호사들에 대한 보답”이라고 설명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삶은 매순간 쉽지 않았다. 대학입시는 5번 떨어지고 6번째 친 후기대 시험에서 간신히 붙었고, 사법고시는 11전 12기로 서른넷의 나이에 합격했다.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가세가 기울어 생업 전선에 직접 뛰어들게 됐을 때도 사는 게 녹록지 않다고 느꼈다. 그래도 법률서적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어떻게 살 것인가, 어떻게 사회에 기여할 것인가….’ 인생 최대의 숙제를 풀기 위해 법조인이 되겠다고 결심한 이상 멈출 수 없었다.

김한규 서울지방변호사회 신임 회장(45·사법연수원 36기)을 소개할 때 항상 ‘비주류’ ‘입지전적’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명문대 출신이 넘쳐나는 법조계에서 가천대 출신 첫 법조인인 그의 당선은 화제가 됐다. 다소 ‘남다른’ 이력으로 변호사 업계에 발을 디딘 그가 내세운 공약은 ‘사법시험 존치’였다. “스스로의 힘으로 지금의 자리까지 올라올 수 있었던 건 사시 제도 덕분이었다”고 확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임기 2년간 1만1600여 명의 서울지역 변호사들을 이끌게 된 김 회장을 설 연휴 직전 서울 서초동 변호사회관 사무실에서 만났다.

―사법시험을 준비한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

“두 가지였다. 우선은 대학에 입학해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일까 고민하게 됐는데 마침 내 전공이 법학이었고, 법률가가 되면 일정부분 사회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모교에 대한 애교심은 있지만 사실 명문대는 아니잖나. 소개팅을 나가든 어딜 가나 ‘어느 대학 다니세요?’라는 질문을 받게 됐다. 그때 알았다. 사회적으로 썩 우호적이지 않다는 것을. 사시는 그때 느꼈던 사회적 소외감, 객관적인 스펙을 넘어설 수 있는 매력적인 시험이었다. 제일 어려운 시험에 합격해 당당히 실력을 인정받고 싶었다.”

―사시 도전이 쉽지 않았을 텐데….

“학교나 주변에서도 상당히 말렸다. 사시 최종 합격은커녕 1차 합격자도 없었으니 당연했다. 그때는 인터넷도,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수단도 없었다. 신림동 고시촌에 가서 ‘헌법 교과서는 어떤 교수의 책을 봐야 하고…’ 식으로 귀동냥하는 게 전부였다. 공부 요령도 없으니 시행착오만 몇 년을 했다. 학교에서 처음으로 고시 공부를 시작하다 보니 함께 공부할 사람도 없었다. 내가 콜럼버스이긴 한데 이게 미국으로 가는 건지, 남반구로 가는 건지 알 수가 있나. 혼자서는 쉽지 않았다. 그래도 유일한 지원군인 어머니께서 ‘한규, 넌 될 수 있다’고 끊임없이 응원해주셨다. 포기할 순 없었다.”

―합격했을 때 소감은….

“1996년 1차 합격 때는 그저 깜짝 놀랐다. 공부를 잘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현실로 와 닿지 않았다. 고시촌 식당 서빙 아르바이트, 독서실 총무 가리지 않고 아르바이트로 근근이 살아갈 때였다. 2004년 최종 합격 발표 때는 모두가 깜짝 놀랐다. 나보다 주변에서 더 기뻐했다. 이길여 당시 총장님도 첫 합격자가 배출됐다고 매우 기뻐하셨다. 나는 그때도 안 될 줄 알았다. 발표 당일에도 음식쓰레기 짊어지고 수거하는 차량이 오기를 기다렸다. 발표가 났을 때, 속으로 ‘또 고시 안 해도 되는구나. 정말 다행이다’라는 생각만 몇 번을 했는지 모른다. 생을 마감해도 내가 공부하던 도중 불의의 사고로 돌아가신 어머니께 드릴 말씀은 있구나 싶었다. 아버지도 합격한 걸 보고 돌아가셨다. 이쯤이면 인생에서 절반 정도는 성공한 것 아닌가 싶어 마음이 놓였다.”

―‘비주류’여서 좋은 점이 있나.

“행동할 때 편하다. 농담으로 내게 전화 걸 사람이 아무도 없다. 법원 검찰 인사나 로스쿨의 부적절한 학사관리를 비판할 때, 대형 로펌의 비리 대응한다고 징계를 내린다 해도 대학 선배, 고향 선배라는 이름으로 압력을 넣을 이가 아무도 없다. 적어도 공명정대하고 소신 있게 할 수 있다는 게 나의 큰 장점이다. 내가 눈치 보는 건 국민밖에 없다. 이런 점에 대한 신뢰가 있어서 변호사들이 지지해준 것 아닌가 싶다. 사시 존치 주장만으로는 당선되기 어려웠을 것이다.”

―사시는 왜 존치돼야 하나.

“절대선은 아니지만 사시가 필요한 이유는 하나다. 학벌, 재력, 나이, 성별 등 일체의 고려 없이 법조인이 될 수 있는 기회가 누구에게나 주어진다는 것이다. 내가 만약 로스쿨 체제에서 법조인을 꿈꿨다면 비싼 등록금, 보이지 않는 나이 제한에 금방 포기했을 것이다. 땀 흘린 만큼 시험 치를 기회를 공정하게 부여한다는 점에서 사시는 필요하다.”

―로스쿨 체제를 흔들려 하는 것은 아닌가

“경쟁을 하자는 것이다. 로스쿨 출신과 연수원 출신이 서로에게 밀리지 않기 위해 연구하고, 상호 견제를 해야 법조계가 투명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부실 로스쿨은 퇴출시키고 그 인원만큼 사시 합격 인원수를 늘리면서 균형을 유지해가면 된다. 2017년 사시 폐지 예정 법안을 막기 위해 올해 안에 정기국회에서 입법 발의할 예정이다.”

―사시 존치 외에 재임하는 동안 꼭 하고자 하는 정책이 있다면….

“부적절한 처신을 보였던 고위공직자 출신에 대해 임기 내내 입회를 막을 예정이다. 직위는 중요하지 않다. 대법관 검찰총장 등이 부적절한 처신으로 논란이 됐다면 변호사는 해도 되는 건가. 변호사법은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함을 사명으로 한다’고 돼 있다. 부적절한 전관들이 변호사로 입회하는 건 분명히 거부한다는 선례를 남길 것이다.

두 번째로는 변호사법 위반 사범을 정화시킬 것이다. 법조 브로커라고 불리는 이들을 물러나게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변호사 전문화 교육에 힘쓸 예정이다. 단순 강의를 넘어서 특화된 강사진을 초빙해 조세, 공정거래, 노동, 특허 등 심화 교육의 장을 열 계획이다.”

―법률시장 개방을 앞두고 있고 국내 시장 상황이 녹록지 않은데….

“변호사가 사무실에 앉아 있지 말고 직접 국민을 찾아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대기업 하청업체를 찾아가서 불공정거래로 인해 피해 입은 것은 없는지 상담한다든지, 각종 사고 사건 현장에 가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공약들은 어떻게 이행해 나갈 계획인가.

“공약사항 추진표가 있는데 얼마나 이행됐는지 매일 보고를 받는다. 취임 2주 만에 스무 개 넘는 공약 중 하나를 이행했다. 출산한 여성 변호사들의 월 회비를 1년 동안 면제하는 방안을 의결했다. 여성 변호사들이 일과 가사를 병행할 수 있도록 지원 정책을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대법원에서 추진하는 상고법원에 대한 견해는….

“조건부 찬성이다. 법관 50명 이상으로 운영되고 외부 인사가 재판부에 참여할 수 있고, 심리불속행 기각 제도가 전면 폐지된다면 대화할 부분이 있다.”

▼김한규 회장은▼

-1970년 서울 출생
-1988년 서울 상문고 졸업
-1994년 가천대 법학과 졸업
-2004년 사법시험 46회 합격
-2007년 변호사 개업
-2008년 법무법인 현우 구성원 변호사
-2009년 서울 강남구·경기 성남시 정신보건심판위원회 심판위원
-2010년 가천대학교 초빙교수
-2013년 서울지방변호사회 제2부회장
-2014년 서울중앙지법 조정위원
-2015년 1월∼ 제93대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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