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지하철 9호선 배차간격 늘린 뒤 첫 출근길, 급행 놓쳐 발동동… 지옥철 아우성

  • 동아일보

3월말 2단계 개통 앞두고 시험운행… 승객 대부분 배차변경 몰라 골탕
열차 안늘려 당분간 혼란 계속될듯

아침 출근 때마다 신목동역에서 국회의사당역까지 서울지하철 9호선을 타는 직장인 최이석 씨(27·여)는 2일 오전 회사생활 3년 만에 처음으로 역 승강장에 도착한 지하철을 그대로 보내야 했다. 오전 7시 40분경 신목동역에 도착한 지하철 객차 안엔 이미 승객으로 가득 차 한 발도 들이밀 수 없었다. 최 씨는 “일반열차는 급행열차에 비해 사람이 적은 편인데도 오늘따라 유독 사람이 많았다”며 “월요일 아침 출근길부터 힘을 뺐다. 내일부터는 한 시간 일찍 집을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같은 시간 노량진역으로 가는 급행열차를 탄 직장인 김무건 씨(29)도 낯선 장면을 목격했다. 평소의 1.5배 정도 되는 많은 승객이 승강장에 들어차 있었던 것. 김 씨는 “내가 내린 출입문에서만 10여 명이 타지 못했다”며 “(승객이 많은) 여의도, 노량진역에서는 일부 승객들이 무리하게 지하철 진입을 시도하다 출발이 늦어지면서 안쪽 승객과 고성, 욕설이 오가기도 했다”고 상황을 전했다.

이날 두 사람이 전에 없던 경험을 한 이유는 달라진 9호선 지하철 배차 방식 때문이었다. 올해 3월 28일 2단계 구간(신논현역∼종합운동장역 4.5km 구간) 운행을 앞둔 9호선 측은 지난달 31일부터 확대구간 시험운행을 위해 일부 배차간격을 조정했다. 평일 출근시간대 6∼7분 정도였던 배차간격을 7∼8분으로 조정했다. 기존 2 대 1이던 일반열차 대 급행열차 비율도 일 대 일로 바꿨다.

배차간격이 바뀐 후 첫 업무일인 2일부터 파급력은 컸다. 이날 지하철 역사에서는 1, 2분이 아쉬운 마음에 지하철을 기다리며 발을 동동 구르는 직장인들이 여럿 목격됐다. 직장인 윤현호 씨(29)는 “매일 일정한 시간에 지하철을 탔는데 (변경 후) 배차간격이 달라지고 사람도 많아져 내일부터 버스를 타고 출근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바뀐 방침이 제대로 공지되지 않은 것도 출근길 혼란을 가중시키는 데 한몫했다. 본보 취재팀이 2일 인터뷰한 9호선 승객 10명 중 배차시간 변경 사실을 알고 있는 이는 단 한 명이었다. 9호선 측이 1주일 전부터 역사와 홈페이지를 통해 공지를 했지만 효과가 크지 않았던 것이다. 실제로 이날 오전 염창역에서는 승강장 벽면에 붙은 ‘열차운행 시각표’를 휴대전화 카메라로 촬영하기 위해 승객들이 줄을 서기도 했다.

9호선 출근길 혼란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9호선 측은 3월 2단계 구간이 개통된 이후에도 현재 배차간격을 유지할 방침이다. 근본적 해결 방안인 열차 증차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배차간격만 조정해선 일평균 38만 명(지난해 기준)의 9호선 승객 수요를 충족시키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시 교통정책과 관계자는 “승객 수요를 지속적으로 살펴 혼잡 구간인 김포공항∼여의도 구간에 버스 노선을 신설하거나 조정하는 방안 등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9호선#배차간격#급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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