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등록금 인하정책 역주행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3일 03시 00분


“학생 1인당 교육비 높은 대학 우선 지원해야”
“반값등록금, 취업에 도움안돼” 주장

한국개발연구원(KDI)이 “학생 1인당 교육비가 높은 대학에 우선적으로 재정지원을 해야 한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대학들이 교육비의 상당 부분을 등록금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KDI의 주장대로라면 등록금이 비싼 대학일수록 재정지원의 혜택을 받을 가능성이 커지는 탓이다.

KDI는 2일 ‘대학 졸업자 취업률 제고를 위한 재정지원정책 개선방향’ 보고서에서 “교육의 질을 측정하는 좋은 지표는 취업률”이라며 “취업률에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학생 1인당 교육비 지표’에 우선순위를 둬 재정지원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학생 1인당 교육비가 연간 1280만 원 이상이면 교원당 학생 수가 늘어도 취업률이 계속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를 제시했다. 1인당 교육비가 높으면 취업률이 올라가기 때문에 이런 학교에 재정을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대학등록금이 대학 전체 수입의 60∼8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KDI의 주장대로라면 등록금이 비싼 대학일수록 학생 1인당 교육비가 높아 정부의 재정지원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정부는 지난달 28일 ‘물가관계차관회의’를 열어 등록금을 최대한 동결 또는 인하하도록 유도하겠다고 했지만 이와 반대되는 정책 제안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이계우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등록금이 1인당 교육비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전부라고 할 수는 없다”며 “취업률을 목적으로 재정을 지원하는 경우에는 학생 1인당 교육비에 더 평가 비중을 둬야 한다는 의미”라고 해명했다. 정부의 반값 등록금 정책에 대해선 “반값 등록금 때문에 학생 1인당 교육비가 줄어들면 취업률 제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반값 등록금으로 인해 학교 재정이 줄어드는 금액 이상으로 정부가 지원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종=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한국개발연구원#역주행#등록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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