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의정부 아파트 화재 사고 수습을 총괄하는 의정부시 재난종합상황실 전화 시스템이 국민안전처 장관 방문으로 한때 먹통이 됐다. ‘의전’ 때문에 ‘안전’이 뒷전으로 밀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3일 오후 3시 50분경 본보 취재팀은 의정부시 종합상황실에 전화를 걸었다. 사고 관련 문의를 위해 전화를 했지만 연결이 되지 않았다. 통화 상대방은 급한 일이 있는 듯 수화기를 들었다가 바로 내려놨다. 이런 상황은 오후 4시 10분경까지 20여 분 동안 총 13차례나 반복됐다. 9번은 수화기를 들었다가 바로 끊었고, 4번은 통화음이 연결되다 상대방이 전화를 받을 수 없다는 안내 문구가 나왔다.
20여 분간의 상황실 전화 ‘먹통’은 박인용 국민안전처 장관이 참석한 대책회의 때문이었다. 박 장관은 사고 발생 나흘째인 이날 의정부시 화재 현장, 이재민 대피소 등을 둘러본 뒤 오후 3시 25분경 종합상황실을 찾았다. 이곳에서 약 45분 동안 사고 수습 과정을 보고받고 대책을 논의했다. 회의에는 안병용 의정부시장, 김희겸 경기도 행정2부지사 등도 참석했다.
전화 연결은 박 장관이 종합상황실을 빠져나간 뒤인 4시 15분경 재개됐다. 상황실 담당자에게 전화 연결이 안 된 이유를 묻자 “장관이 참석한 회의가 열려 전화를 다른 부서로 돌려서 처리했다”고 답했다. 14번의 통화 시도 중 딱 한 차례 다른 부서로 전화가 연결됐지만 해당 공무원은 사고 관련 질문에 “소관 업무가 아니라 모른다. 회의가 끝난 뒤 종합상황실에 문의하라”고 답했다.
조원철 연세대 사회환경시스템공학부 명예교수는 “상급자 보고만큼이나 현장과 24시간 연결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도 종합상황실의 중요한 역할”이라며 “보고 때문에 현장과 연락이 끊겼다는 건 끔찍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의정부시 관계자는 14일 “일부러 전화를 받지 않은 것은 아니다. 이해해 달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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