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의전’에 밀린 ‘안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15일 03시 00분


의정부 화재상황실 전화 25분 먹통 “안전처장관과 회의중이라 안받아”

경기 의정부 아파트 화재 사고 수습을 총괄하는 의정부시 재난종합상황실 전화 시스템이 국민안전처 장관 방문으로 한때 먹통이 됐다. ‘의전’ 때문에 ‘안전’이 뒷전으로 밀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3일 오후 3시 50분경 본보 취재팀은 의정부시 종합상황실에 전화를 걸었다. 사고 관련 문의를 위해 전화를 했지만 연결이 되지 않았다. 통화 상대방은 급한 일이 있는 듯 수화기를 들었다가 바로 내려놨다. 이런 상황은 오후 4시 10분경까지 20여 분 동안 총 13차례나 반복됐다. 9번은 수화기를 들었다가 바로 끊었고, 4번은 통화음이 연결되다 상대방이 전화를 받을 수 없다는 안내 문구가 나왔다.

20여 분간의 상황실 전화 ‘먹통’은 박인용 국민안전처 장관이 참석한 대책회의 때문이었다. 박 장관은 사고 발생 나흘째인 이날 의정부시 화재 현장, 이재민 대피소 등을 둘러본 뒤 오후 3시 25분경 종합상황실을 찾았다. 이곳에서 약 45분 동안 사고 수습 과정을 보고받고 대책을 논의했다. 회의에는 안병용 의정부시장, 김희겸 경기도 행정2부지사 등도 참석했다.

전화 연결은 박 장관이 종합상황실을 빠져나간 뒤인 4시 15분경 재개됐다. 상황실 담당자에게 전화 연결이 안 된 이유를 묻자 “장관이 참석한 회의가 열려 전화를 다른 부서로 돌려서 처리했다”고 답했다. 14번의 통화 시도 중 딱 한 차례 다른 부서로 전화가 연결됐지만 해당 공무원은 사고 관련 질문에 “소관 업무가 아니라 모른다. 회의가 끝난 뒤 종합상황실에 문의하라”고 답했다.

조원철 연세대 사회환경시스템공학부 명예교수는 “상급자 보고만큼이나 현장과 24시간 연결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도 종합상황실의 중요한 역할”이라며 “보고 때문에 현장과 연락이 끊겼다는 건 끔찍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의정부시 관계자는 14일 “일부러 전화를 받지 않은 것은 아니다. 이해해 달라”고 해명했다.

의정부=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의정부#화재상황실#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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