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방 속 할머니 시신’ 사건 살인 용의자 정형근 씨가 29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5가 훈련원공원에서 검거돼 인천 남동경찰서로 압송되고 있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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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의 한 재래시장에서 채소가게를 하던 70대 할머니를 살해한 뒤 여행가방 속에 시신을 버려 공개수배 된 정형근 씨(55)가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붙잡혔다. 인천 남동경찰서는 서울 중부경찰서와 공조해 29일 오후 7시 서울 중구 을지로5가 훈련원공원 앞에서 노숙인과 함께 있던 정 씨를 체포해 조사 중이라고 29일 밝혔다.
경찰은 정 씨 가족의 신용카드 결제 여부 등 금융거래 명세를 조회해 정 씨가 현금을 인출한 장소를 통해 위치를 추적해 왔다. 정 씨는 검거 직전 을지로5가의 한 편의점에서 체크카드로 막걸리와 소주 한 병을 샀다가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검은 모자를 쓰고 등산 점퍼에 등산화를 신고 있던 그는 수염이 덥수룩했다. 체크카드 한 장만 갖고 있었을 뿐 현금은 200원뿐이었다. 흉기는 소지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정 씨는 인천으로 압송되는 과정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전모 씨(71·여)와의 관계를 묻자 “어머니와 아들과 같은 관계를 유지해 왔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살해 동기를 묻는 질문에는 “죄송하다. 모르겠다”, “그냥 죽여주십시오”라는 답변을 되풀이했다.
앞서 전 씨는 22일 오후 3시 7분경 인천 남동구 간석동의 한 빌라 앞 길가에 놓인 여행가방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오른쪽 옆구리, 목 등 5군데엔 흉기로 찔린 흔적이 있었고 머리는 함몰된 상태였다. 인천 남동서는 폐쇄회로(CC)TV 영상, 주변의 진술, 정 씨 집에서 발견된 피 묻은 바지 등 증거물을 종합해 정 씨를 용의자로 지목하고 행방을 추적해 왔다. 하지만 정 씨가 휴대전화를 꺼놓아 추적에 어려움을 겪었다. 경찰은 25일 그의 사진이 담긴 전단을 배포하며 공개수배로 전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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