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젊은 피’ 청년상인 들어오자 상가 매출 3배로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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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평시장 로터리 지하상가, 청년상인 25명에 점포 무상 임대
공방 만들고 예술상품 팔아 인기몰이

인천 부평구가 썰렁해지는 부평시장로터리 지하상가에 청년상인들을 입주시켜 고객과 매출액이 크게 신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술학도들의 작품을 소재로 가방을 만들고 있는 ‘마지’ 같은 이색 상점 15개가 올해 입주했고 내년에 20개 정도 더 늘어날 예정이다. 김영국 동아닷컴 객원기자 press82@donga.com
인천 부평구가 썰렁해지는 부평시장로터리 지하상가에 청년상인들을 입주시켜 고객과 매출액이 크게 신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술학도들의 작품을 소재로 가방을 만들고 있는 ‘마지’ 같은 이색 상점 15개가 올해 입주했고 내년에 20개 정도 더 늘어날 예정이다. 김영국 동아닷컴 객원기자 press82@donga.com
10일 인천 부평구 부평시장 로터리 지하상가. 이곳 상인들이 문화행사를 곁들인 ‘화합의 밤’을 마련했다. 상인들은 저녁 때 평소보다 일찍 셔터 문을 내리고 동영상, 음악 연주를 감상하면서 담소를 나눴다. 이곳에서 오랫동안 장사를 하던 기존 상인 90명과 올 6월부터 지하상가에 입주한 ‘청년상인’ 25명이 대부분 참석했다.

이날 상인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8분 18초짜리 ‘청년문화상점 로터리마켓’ 홍보 동영상. 점포 내에 6석의 초미니 관람석을 마련해놓고 독립영화를 상영하고 있는 ‘극장판’ 주인(단편영화 제작 감독)이 만든 영상물이다. 낯익은 청년상인들이 나와 자신의 이력, 포부, 하고 싶은 말을 했다. 천연 세러피 오일로 디자인 향초를 만들어 파는 ‘Dozboon’, 마술용품 및 이벤트 상품을 판매하는 ‘마술가게’, 핸드페인팅 체험 공방인 ‘빛짜루’, 독립출판물과 디자인 문구류를 취급하는 ‘디자인 스튜디오 요소’ 등의 주인이 차례로 출연했다. 한 청년상인은 영상물에서 “정해진 삶보다 청년들이 원하는 삶을 지하상가에서 펼치며 사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전했다.

이어 팝페라 가수로 활동하는 ‘R스튜디오’ 의류매장 주인의 음악 공연을 감상한 뒤 1시간여 동안 얘기꽃을 피웠다. 청년상인 중에는 팝페라 가수나 영화감독, 미술학도, 비보이 춤꾼 등 예술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이 꽤 많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가방을 팔고 있는 ‘마지’(그리스어로 ‘함께’라는 뜻)는 미술 등을 전공하는 대학생 5명이 운영하고 있다. 인천대 이화여대 중앙대 등 10여 개 대학의 미대생들이 그린 원화 작품을 가방 재료로 활용해 30만 원대 이상의 고가로 내놓고 있다. 동업자 중 맏형인 엄준태 씨(27)는 “지하상가 점포에 판매장과 공방을 차려놓고 인터넷 등을 통해 소량 판매를 해오고 있다. 내년부터 오프라인 점포를 더 활성화하려 한다”고 말했다.

청년상인들은 부평구가 올해 시작한 ‘청년창업 허브조성’의 참가자로 선발돼 지하상가에 입주하게 됐다. 이곳 상권이 위축되면서 빈 점포가 80개 정도에 이르자 구가 청년 창업자를 뽑아 임대료와 초기 시설투자비를 무상 지원하고 있다. 처음 선발된 15팀 25명의 청년상인은 28개 점포를 상점으로 꾸며 6월부터 장사를 본격화했다.

지하상가 분위기도 크게 달라졌다. 기존 점포와 달리 수작업 입간판과 열린 출입구 등으로 점포를 치장했고 지하상가 중간지대엔 거리 공연이 가능한 작은 무대가 설치됐다. 또 상가 출입구 8곳과 벽면 16곳은 ‘청년창업 페스티벌’을 알리는 포스터, 카툰, 만화 등으로 산뜻하게 단장됐다. 10월부터 매달 한두 차례 이어진 청년창업 페스티벌은 청년상인들의 장기를 최대한 살린 마술쇼, 퍼포먼스, 그림 증정 이벤트를 마련했다.

청년상인들이 장사를 시작한 6월을 기점으로 매출액을 비교, 조사해보니 놀라운 결과가 나타났다. 부평구는 17일 “한 점포의 하루 평균 고객이 12명에 불과하던 것이 청년상인이 들어오면서 17명으로 42% 증가했고 매출액도 6만8000원에서 21만 원으로 200% 이상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부평구는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내년에 청년상인을 20팀 정도 더 뽑을 계획이다. 선발되면 초기 지원 200만 원, 1년간 임대료 무료 등의 혜택을 준다.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청년상인#부평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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